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낼 친서를 작성했으나 뉴욕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친서 수령을 거부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K뉴스는 익명의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과 평양 사이의 소통 창구를 복원할 목적으로 김정은에게 보낼 친서의 초안을 작성했다”며 “하지만 뉴욕 맨해튼의 북한 외교관들은 서신 수령을 여러 차례 거부했다”고 전했다. 맨해튼의 북한 외교관들은 이른바 ‘뉴욕 채널’로 불리는 주유엔 북한대표부로 추정된다.
미 국무부는 이와 관련한 질의에 “잠재적 외교 대화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백악관에 직접 문의할 것을 권했으나 백악관 역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NK뉴스는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워싱턴에 상당 기간 무반응으로 일관한 것을 고려하면 친서 수령을 거부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였던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베트남 하노이와 판문점에서 모두 세 차례 김정은과 만났다. 지난해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김정은과의 만남을 수차례 자랑하듯 말했고, 올해 취임 이후에도 재회할 뜻을 밝혔다. 지난 3월에는 김정은을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며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측이 트럼프의 친서를 거부한 것이 사실이라면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고 짚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NK뉴스에 “김정은은 2018년이나 2019년보다 트럼프를 덜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동맹 수준으로 밀착하고 있다. 세종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피터 워드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1기 때 김정은과의 대화 내용을 발설했던 것이 북한의 우려를 낳았을 수 있다며 “북한이 이번에는 흔적을 남기는 데 주저하는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