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임시교사

입력 2025-06-13 00:02

아이들에게
문을 뒤집으면 곰이 나타난다는
실없는 농담을 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집을 뒤집으면요? 사람을 뒤집으면요?
울음을 거꾸로 하면 몽롱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럼 몽롱은 기쁜 거예요?

아이들의 존재는 왜 이다지도
물구나무 같을까?
질문을 뒤집어주면 대답이 될까
반문이 될까?

아이를 어른스럽게 대하지 못하는
아이 같은 어른이 되어버렸지
너희를 돌볼 때면
뒤집힌 교실에 홀로 남아
오래전에 잊어버린 공식을 풀어내야 하는 것 같아

아무리 깨쳐도 졸업이 없는 삶의 교정에서
내가 무얼 알려줄 수 있을까?
또렷한 목적 없이 갈지자로 살아감을 뜻하는 몽롱이란 기분을?
어른의 문을 열고 뒤집어 흔든다 해도
아무것도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심심한 진실을?

벽은 뒤집어도 벽, 컵을 뒤집으면 반드시
빈 컵이 될 테지만

철봉 아래에서 친구를 괴롭히는
장난꾸러기 아이를 붙들고 말해줄 수 있겠지
얘야, 우는 사람을 거꾸로 뒤집어도
웃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고

-조온윤 시집 '자꾸만 꿈만 꾸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