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도 VIP 모신다… 치열해진 VIP 마케팅

입력 2025-06-12 00:52
모델들이 신세계백화점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협업한 디저트를 시석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유통업계가 VIP 모시기에 분주하다. 내수 침체와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다. 기업들은 VIP들이 충성도가 높아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원제 개편의 장점이 크다고 보고 있다.

1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다음 달 1일부터 무신사스토어와 29CM의 회원제를 처음으로 개편하고 우수 소비자 확대에 나선다. 최고 레벨이 ‘8’(다이아몬드)까지였던 무신사 회원 등급에 레벨 ‘9’(블랙 다이아몬드) 등급이 새롭게 추가된다. 누적 포인트 1억점 이상이면 달성할 수 있는 레벨9 회원은 4% 등급 할인에 최대 8% 등급 추가 적립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9CM도 기존 4단계였던 회원 등급 제도를 7단계로 세분화할 예정이다.

이런 현상은 유통업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부터 구매 실적이 높은 순으로 최상위 소비자 999명에게 VVIP 등급을 부여하고, 나머지 상위 9000명에게 VIP 등급을 주기 시작했다. 지난 4월엔 VVIP 초청 행사 ‘프리스티지 데이’를 통해 프리미엄 이벤트를 진행했다.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 중인 신세계사이먼은 업계 최초로 전 지점에서 우수 소비자 대상 VIP 서비스를 도입해 전용 라운지·파킹존 등을 제공하고 있다.

VIP 매출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백화점들도 등급 기준을 조정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VIP 프로그램 ‘에비뉴엘’을 전면 개편하면서 최상위 등급인 ‘에비뉴엘 블랙’의 인원을 연간 구매 액수 상위 777명으로 설정했다. 차상위 등급 ‘에비뉴엘 에메랄드’의 연간 구매 금액 기준은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상향했고, 그 밑에 사파이어 등급을 신설했다.

신세계백화점도 VIP 제도를 개편했다. 지난해 최상위 등급 ‘트리니티’를 999명으로 제한하고, 그보다 높은 연간 구매 금액 1억2000만원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블랙 다이아몬드’ 등급을 신설했다. 최근엔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과 협업해 VIP만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에서 단독 디저트 메뉴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도 최상위 등급 ‘쟈스민 블랙’의 연간 구매 금액 기준을 1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올렸다.

VIP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전엔 VIP 서비스가 백화점 등 특정 업종에서 주로 쓰는 마케팅 수단이었다면 현재는 유통업계 전반으로 퍼졌다”며 “VIP는 소비력이 강한 만큼 경기의 영향을 덜 받아 기업에 중요한 소비자”라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