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재개했던 대북 확성기(사진) 방송을 1년 만에 중지시켰다.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던 ‘대북·대남 방송 상호 중단’을 위해 우리 측 행동을 선행한 것이다. 북한도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 가동을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오후 2시를 기해 우리 군 당국이 전방지역에 설치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도록 지시했다”며 “남북관계 신뢰 회복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정부 의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북한의 소음 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겪어온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덜기 위한 실질적 조치”라며 “최근 북한의 중대한 도발이 없었던 상황에서 긴장 완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을 완화하고 상호 신뢰회복에 물꼬를 트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군은 곧바로 모든 전선에서 고정식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지했다. 앞서 이동식 확성기 방송은 북한군의 접경지역 활동이 뜸해지자 일찌감치 중지됐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해 6월 윤석열정부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2018년 이후 6년여 만에 재개했었다.
북한도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후 일부 접경 지역에서 남한을 향한 소음 공세를 멈추며 호응했다. 군 관계자는 “경기도 파주 대성동 일대에서 북한의 대남 방송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김동구 대성동 이장은 통화에서 “오후 5시쯤부터 대남 방송을 안 했다.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간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도 쇠 긁는 소리, 짐승과 귀신 소리 등이 이어지던 대성동은 몇달만에 고요한 상태라고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 민생개선까지 기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남 방송은 멈췄지만, 내부 선전용 방송은 아직 송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9일 민간단체에 대북전단 살포 중단도 요청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오물풍선에 대한 또 다른 맞대응 조치였던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의 복원을 다음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육·해·공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관계 신뢰 복원을 위해 확성기 방송 중지 다음은 9·19 군사합의 복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10일 당 창건일, 내년 초로 예상되는 9차 당대회 등 북한의 주요 행사가 끝나면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 창건일 이후 대남, 대미 메시지를 정리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화 국면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상 이동환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