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1일 6·3 대선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대선 후보 교체’ 사건에 대한 당무감사에 착수했다. 이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제시한 5대 개혁안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도 주장했다.
당 주류인 구(舊) 친윤(친윤석열)계는 개혁안 논의를 위해 예정됐던 의원총회를 취소하면서 김 위원장과 정면충돌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의 ‘무기한 연기’ 문제 대응에 당력을 모아야 하고, 오는 16일 신임 원내지도부 선출 후 쇄신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무감사회의를 열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 벌어졌던 김문수 대선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감사를 논의했다. 유일준 위원장은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건의로 당무감사위를 소집하게 됐다”며 “이 사안으로 여러모로 시끄러운 상황인데, 안건이 들어왔으니 시작해 보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당무감사위는 12일부터 김 위원장 면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간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지도부 일원으로서 내일(12일) 면담조사가 예정돼 있다. 저부터 당무감사를 받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께 법치의 준엄함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의 후보 교체 안건 의결 과정에서 혼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내홍은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의원총회 취소 과정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40분 앞둔 오후 1시20분쯤 의원들에게 보낸 취소 공지 문자에서 이 대통령 재판 연기 문제를 거론하며 “의원총회를 계속 진행할 경우 자칫 당내 갈등과 분열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고려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16일 선출될 신임 원내 지도부에 충실히 전달드려 차기 지도부가 (당 개혁안 등을) 계속 논의를 해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사전 협의도 없이 의원총회가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의원총회에서조차 개혁안 논의를 막는 현재의 당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반발했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퇴근길에 “조금 기다렸다 하면 되지 않느냐. (김 위원장) 임기가 6월 30일까지인데 하루 이틀도 못 참느냐”고 반박했다.
‘김용태 개혁안’에 대한 당내 기류는 엇갈렸다. 국민의힘 원로들은 전면적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당무감사 등에는 신중론을 고수했다. 당 상임고문단은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회의에서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에 대해 “지난 일을 다시 꺼내 당 분열을 가중할 우려 있다”고 밝혔다고 권동욱 대변인이 전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 김소희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비대위원장 개혁안에 대해 중지를 모으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가능한 한 빨리 다시 의총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구자창 성윤수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