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영국 런던에서 진행한 2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 1차 회담 합의를 이행할 프레임워크를 도출하는 데 합의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규제 등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파국을 피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중국과의 합의가 끝났다. 이제 나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종 승인만이 남았다”며 “중국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영구 자석과 희토류를 선지급 형식으로 공급하고 우리도 합의된 사항을 중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제공할 합의 사항에 대해서는 “중국인 유학생이 미국 대학을 이용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0일 중국과 무역협상 후 취재진에게 “중국과 제네바 합의 및 양국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이행할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프레임워크는 제네바 합의에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한 것”이라며 “중국의 핵심광물·희토류 수출 통제 및 최근 도입된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측 대표 중 한 명인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도 취재진에게 “양국 대표단이 정상 간 통화와 제네바 회담에서 도출된 합의를 위한 프레임워크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진전이 양국 간 신뢰 증진에 도움이 되고 세계 경제 발전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10~11일 제네바에서 1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열어 90일간 관세전쟁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모두 관세를 115% 포인트씩 낮추고,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해 시행한 희토류 수출 통제 등 비관세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및 핵심광물 수출 통제를 계속해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했고, 중국은 미국의 핵심기술 수출 제한과 중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등을 문제 삼았다. 양국 간 갈등이 깊어지던 가운데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통화하면서 이번 회담이 성사됐다.
9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2차 회담에 미국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러트닉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가, 중국 측은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 리 부부장이 참석했다.
이번 합의를 두고 완전한 타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커먼웰스뱅크오브오스트레일리아의 캐럴 콩 애널리스트는 “양측이 포괄적 무역합의를 이루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장은 긴장이 완화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몇 달 내 다시 고조될 수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중국 런민대 바오젠윈 국제정치학과 교수도 “구조적 무역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인내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고 관영 환구시보에 밝혔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