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의 키워드는 격변의 한국 정치와 노벨문학상이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의 ‘결국 국민이 합니다’가 올해 상반기 예스24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집계됐다. 교보문고에서도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12·3 비상계엄으로 시작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거쳐 조기 대선까지 이어지는 숨 가쁜 대선 정국이 도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예스24 순위에는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가 3위에 올랐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국민이 먼저입니다’는 9위에 올랐다. 도서 시장에서도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정치 분야 도서 판매는 전년 대비 40.8% 성장했다. 대선이 있던 해마다 정치 관련 서적은 독자들을 불러 모았다. 20대 대선이 있던 2022년 상반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가 종합 2위(교보문고)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향은 올해도 계속됐다. 교보문고에선 종합 1위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채식주의자’(5위), ‘작별하지 않는다’(7위), ‘빛과 실’(17위) 등 한강 작가의 작품이 강세를 보였다. 한강 작가의 영향은 문학 시장 전반으로 이어졌다. 교보문고는 한국소설 분야가 전년 대비 58.2% 성장하며 전체 소설 분야의 성장세(28.1%)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필사책의 인기도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교보문고에서는 ‘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21위),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46위) 등이 사랑받았다. 필사책은 지난해 29종에서 2025년 102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판매량도 135.8% 성장했다.
연령대별로 의미 있는 변화도 감지됐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상위 10위권 도서의 연령대별 구매 독자를 분석해보면 40대 독자가 27.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10대와 20대의 구매 비중 상승이 돋보였다. 10대 독자는 지난해 상반기 0.6%에서 올해 2.1%로, 20대 독자는 14.0%에서 20.4%로 늘었다. 특히 양귀자의 ‘모순’과 정대건의 ‘급류’는 20대 독자 구매 비중이 각각 40.2%, 40.3%로 나타났다. ‘텍스트 힙’ 분위기 속에서 20대 독자의 관심을 받았던 세계문학전집은 전년 대비 25.8% 상승했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