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쇄신보다 당권과 공천권 다툼이 우선인 국민의힘

입력 2025-06-12 01:30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 취소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있다. 이병주 기자

요즘 국민의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안 되는 집안은 왜 계속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보통 집안에 궂은일이 생기면 온 식구가 힘을 합해 어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자신보다 다른 가족을 더 챙기며 때론 본인을 희생해서라도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일에 앞장서곤 한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모습만 보여주면서 점점 더 당을 구렁텅이로 빠뜨리고 있다. 그렇게 싸우면서 왜 굳이 같은 당에 있는지 희한할 따름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이후 패배의 충격을 수습하기는커녕 내홍만 격해지고 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당무감사 등의 5대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친윤계 등의 반대로 추인이 안 되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도 친한계는 가급적 일찍 열자는 입장인 반면, 친윤계는 대선 책임론 때문에 최대한 늦추고 싶어 한다. 이달 말 종료되는 김 위원장 임기도 개혁에서 성과를 내려면 전대까지 연장하자는 얘기와 내주 선출될 원내대표에게 당을 맡기자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급기야 11일엔 개혁안 논의를 위해 잡아놓은 의원총회가 개최 몇 시간 전 김 위원장 모르게 원내 지도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취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 정도면 당 수습이 아니라 망가뜨리기 경쟁에 나선 셈이다.

시대착오적 계엄 사태와 대선 패배로 만신창이가 된 정당이라면 뼈를 깎는 쇄신으로 당을 재건하는 일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는 않고 하나같이 당권과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등을 둘러싼 이권 다툼에만 혈안이 된 셈이다. 심지어 당 일각에서 대선 결과를 놓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나 ‘이준석 책임론’도 나온다고 하니 그들의 현실 괴리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한다. 오죽하면 이곳저곳에서 정당해산론까지 제기될까.

제1야당은 국정 견제라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야 견제할 힘이 생기고, 본인들부터 쇄신해야 집권 세력을 향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아주 기본적인 쇄신조차 하지 못한 채 서로 반목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국민의힘은 더 늦기 전에 대대적인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당의 위상 자체가 지금보다 훨씬 더 쪼그라들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적당히 쇄신하는 척하거나 계엄이나 대선 패배 책임자들이 또다시 전면에 나서는 일이 벌어지면 더 많은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다. 지금 국민은 국민의힘이 어떤 길을 걸어갈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