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의 굴욕

입력 2025-06-12 01:16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아프리카 팀에 처음으로 무릎을 꿇었다. 11일(한국시간) 영국 노팅엄의 더 시티 그라운드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세네갈의 평가전에서 잉글랜드는 세네갈에 1-3으로 패했다. 잉글랜드의 에베리치 에제(왼쪽)와 이반 토니가 경기 결과에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아프리카 팀에 역대 처음으로 패배하며 체면을 구겼다. 최근 지휘봉을 잡은 토마스 투헬 감독은 부임 후 4경기 만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겨 당분간 입지가 흔들릴 전망이다.

잉글랜드(FIFA 랭킹 4위)는 11일(한국시간) 영국 노팅엄의 더 시티 그라운드에서 열린 세네갈(19위)과 평가전에서 1대 3으로 패했다. 전반 7분 해리 케인(뮌헨)이 선제골을 넣었으나 잇달아 3골을 실점하며 완패를 당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역사상 아프리카 팀에 진 건 처음이다. 앞서 잉글랜드는 아프리카 팀을 맞아 15승 6무의 무패 행진을 이어왔다. 아프리카 팀에 한 경기에 3골을 내준 것도 최초다. 공격 효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잉글랜드는 이날 볼 점유율에서 60.7-39.3%로 앞섰지만, 유효 슈팅 수에선 4-9로 세네갈에 크게 밀렸다. 주장 케인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전반전 종료 5분 전 동점 골이 나왔고, 후반 추가 시간까지 2골을 더 허용했다.

투헬 감독은 기존 베스트 11에서 케인만 빼고 나머지 10명을 바꾸는 과감한 전술을 들고 나왔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그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경기 내내 선수들이 얼어붙고 활동적이지 못했다. 너무 쉽게 실점했다”고 말했다.

직전 경기에서도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던 터라 이번 패배가 더욱 쓰라리다. 잉글랜드는 지난 8일 2026 북중미월드컵 유럽 예선 안도라전에서도 1대 0 진땀승을 거뒀다. 안도라는 FIFA 랭킹 173위로 객관적인 전력상 잉글랜드보다 한참 낮은 상대다.

전임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퇴임 당시 드리웠던 그늘을 아직 걷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2016년부터 잉글랜드를 이끌었던 역대 ‘최장수 사령탑’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2024 유로 대회에서 졸전을 거듭하다 지난해 7월 결국 사임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이어받은 투헬 감독 아래에서도 변화는 더딘 모양새다. 영국 BBC는 “투헬 감독 체제에서 잉글랜드는 명확한 정체성을 갖추지도, 눈에 띄는 개선이 있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