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대체적인 성장성과 수익성은 개선됐음에도 번 돈으로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기업들 비중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진 결과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24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40.9%로 전년보다 1.9% 포인트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40%를 넘긴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자보상비율은 1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100% 미만일 경우 번 돈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10곳 중 4곳이 ‘한계기업’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인 영업적자 기업 비중도 같은 기간 27.0%에서 28.3%로 상승했다. 이 역시 역대 가장 높다. 반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의 기업 비중은 32.1%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전체 기업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개선(221.1%→298.8%)됐다.
이에 대해 한은은 대기업 비중이 높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지표가 개선되면서 전년 대비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높아졌지만, 영업이익이 줄어든 업체들이 많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체 기업의 83%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상황이 심각했다.
지난해 국내 기업 전체의 매출액 증가율(4.2%)은 역대 다섯 번째로 높을 정도로 회복세를 보였다. 대기업(-2.8→4.4%), 중소기업(1.4→3.2%) 모두 상승했다. 그러나 수익성 지표에서 차이가 났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을 보면 대기업은 3.5%에서 5.6%로 상승했으나, 중소기업은 4.8%에서 4.6%로 감소했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도 대기업이 4.8%에서 5.7%로 오를 때, 중소기업은 3.4%에서 3.0%로 줄었다.
수익이 줄면서 한계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더 커졌다. 대기업 비중이 2023년 5.5%에서 5.7%로 0.2% 포인트 증가할 때 중소기업은 33.6%에서 35.2%로 1.7% 포인트 증가했다. 영업적자 중소기업 비중도 22.9%에서 24.1%로 1.1% 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은 4.0%에서 4.2%로 0.2%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영호 한은 경제통계1국 기업통계팀장은 “대기업이 중심이 되는 제조업은 업황이 좋아졌다. 그러나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도소매업과 부동산업 등에서 영업이익이 줄면서 이자보상비율이 낮아진 기업 비중이 늘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