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집중됐던 모기와 진드기의 활동 시기가 봄부터 늦가을까지 확장되고 있다. 주요 서식지도 도심지 등 인구 밀집지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방역 당국은 일본뇌염, 쓰쓰가무시증 등 모기와 진드기가 옮기는 감염병 위협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질병관리청은 11일 ‘제2회 건강 브리핑’을 열고 “기온 상승, 강수량 변화, 겨울철 온난화 등 기후위기 영향으로 감염병 매개체의 서식지와 활동기간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감염병 매개체로는 모기, 참진드기, 털진드기 등이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10년간 국내 평균기온이 섭씨 약 1.4도 상승하면서 여름철뿐 아니라 봄철, 가을철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일본뇌염주의보 발령 시기도 10년 전에 비해 16일가량 빨라졌다. 쓰쓰가무시증을 일으키는 활순털진드기의 분포 지역은 202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신종 매개체 유입 가능성도 언급됐다. 이희일 질병청 매개체분석과장은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이집트숲모기의 제주 상륙 가능성이 크다”면서 “2050년쯤엔 국내 남부지역에 서식 조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숲모기는 현재 국내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보다 더욱 강력한 뎅기열 매개체로 알려져 있다.
질병청은 ‘감염병 매개체 감시·방제 중장기 계획(2025~2029년)’을 발표했다. 권역별 매개체 감시 거점을 현재 16개에서 3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또 질병청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모기 감시장비(AI-DMS)를 활용해 매개체 발생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감시 소요기간을 기존 7일에서 24시간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