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가 열렸다. 1992년 시작한 평화의 소녀상 정기 수요집회는 이날 1704차를 맞았다. 집회에는 특별한 일본인들이 함께했다. 과거사 해결을 통해 동북아 평화를 구축하길 바라는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 관계자들이다.
한국과 일본 교회 관계자들의 수요집회 참여는 10일 개막한 ‘제11회 한·일 NCC 양국협의회’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종생 목사)와 NCCJ(총간사 오시마 가오리)는 13일까지 협의회를 진행한다.
수요집회 참석에 앞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양국 교회의 주제강연이 열렸다. 다즈케 가즈히사 일본NCC 서기가 ‘한일기본조약으로부터 60년-변한 일, 변하지 않은 일, 지금 교회에 요구되는 일’을 주제로 강연했다.
다즈케 서기는 “한·일 양국은 60년간 과거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로부터 신뢰를 쌓아왔지만 일본 내 식민지 책임 인식 부족과 재일 조선인 차별 등 근본적 문제가 여전하다”며 “양국 교회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돌보고 동북아 평화 등 공동 과제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절망적일 정도로 분열된 상황이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희망의 횃불을 들고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NCCK 화해와통일위원회 위원인 유영식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광복·패전 80주년, 양국 미해결 과제와 우리의 동행’ 제목의 강연에서 “한·일 양국이 자민족 중심주의와 역사 상대주의에 머무르면 대화와 화해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일본은 아시아주의를 내세워 제국주의적 침략을 정당화했으며 전후 처리 과정에서 전쟁 책임 문제가 청산되지 않았다”며 “결국 동북아 화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과거사 청산과 평화, 통일, 기후위기 대응 등 공동 과제에 협력해 동북아 평화 공동체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역사적 기억의 상대주의를 극복하고 일본의 책임 청산과 한·일 동행을 통해 동북아 평화와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2019년 일본 도쿄에서 제10회 한·일 NCC 협의회를 연 이후 6년 만에 재개된 이번 협의회에서는 한일기본조약 체결 60주년과 한반도 분단 80주년, 일본 패전 80주년을 맞아 ‘평화와 화해의 사도로서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양국 교회가 직면한 공동 과제 등을 논의한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