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를 버렸습니다.”
한 성도의 고백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해왔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겠다는 결심으로 직장생활에 매진했습니다. 빠른 승진과 성과로 주변의 인정을 받으며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내면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감정적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고 병원을 찾은 끝에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삶의 궤도가 무너졌을 때 그는 자신이 세상에 버림받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는 또 다른 고백을 내놓았습니다. 세상은 자신을 외면했지만 하나님은 결코 자신을 버리지 않으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말하면서도 실상은 세상의 기준과 성취를 좇아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삶의 방향을 다시 하나님께로 돌리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는 점차 회복됐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고 무엇보다 신앙이 회복됐습니다. 다시 직장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고백했습니다.
삶에서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열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침체(depression)입니다. 우울감과 무기력, 소진과 같은 증상이 일상을 마비시킵니다. 의욕을 잃은 사람은 아무리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삶을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열정이 향하는 방향입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의 감옥 시절 쓴 빌립보서에서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 3:14)고 고백했습니다. 감옥 안, 인간적으로 보면 달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달리고 있었습니다. 환경에 갇히지 않았고 사명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편지를 써 성도들을 위로했고 자신을 지키던 로마 친위대 군인들에게도 복음을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잘못된 방향으로 달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열정은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향해 있었고 그 푯대를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주는 상은 부차적이며 때로는 위험하기도 합니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이 땅에서도 복을 주십니다. 하지만 신앙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님 나라에 있습니다. 하늘의 상이 우리가 달려가야 할 바른 푯대가 돼야 합니다.
히브리서 11장 6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은 믿음의 삶이며 그 믿음은 부르심을 따라 걷고 달리는 삶으로 드러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부르심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구원을 위한 부르심입니다. 모든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뜻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둘째는 사명을 위한 부르심입니다. 구원받은 자는 이 세상 가운데 복음을 전하며 다른 이들도 구원으로 이끄는 사명을 맡습니다. 구원받은 자에게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달려가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그 길을 달렸습니다.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를 만난 사건, 안디옥교회에서의 파송, 세 차례에 걸친 선교여행, 로마에서의 투옥까지. 그는 수많은 간증이 있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달리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복음의 능력은 한순간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과거의 간증만으로는 오늘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복음은 지금도 살아 역사하며 오늘의 삶과 내일의 결단 속에 살아 숨 쉽니다.
한국교회 역시 수많은 선교의 열매와 간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끝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아직 끝났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다시 일어나 달려가는 것입니다.
세상이 우리를 버린다 해도 주님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다시 푯대를 향해 달려가는 순간, 주님은 그 길 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향해 다시금 믿음으로 달려가시기를 바랍니다. 흔들리지 않고 낙심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가는 복된 삶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새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