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부 등 긍정적 공약 구체적 실행 계획 없으면 무용
임기 내 실행 과제 설정하고 장기과제 정밀하게 수립해야
AI 결합한 경쟁력 강화전략 디지털·녹색전환의 동력될 것
임기 내 실행 과제 설정하고 장기과제 정밀하게 수립해야
AI 결합한 경쟁력 강화전략 디지털·녹색전환의 동력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제21대 대통령 당선은 대한민국 사회가 중대한 전환점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주의 회복과 내란 종식에 대한 국민적 열망,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공감대를 반영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새 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탄소중립은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어 산업구조와 시민의 삶 전반을 바꾸는 대전환의 과제다.
민주당 공약에 따르면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포함한 탄소중립 산업 전환,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RE100 달성, 스마트 분산형 에너지망, 농축수산 분야의 에너지 자립 등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이 제시됐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기후위기를 사회적 합의 틀 안에서 해결하려는 태도는 선거공약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집권 후에는 보다 책임 있는 자세와 전략이 요구된다. 기후에너지 정책이 민원성 대응에 치우칠 경우 구조 전환의 본질이 희석되고 정책 우선순위가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새 정부가 성공적인 탄소중립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위기의 시급성과 전환의 복합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절실하다.
첫째, 이제는 선언적 정책 방향보다 실행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탄소중립은 2050년 이후까지 이어질 장기 과제인 만큼 한정된 재원 내에서 5년 임기 안에 실현 가능한 과제를 설정하고, 정책의 실효성과 이행력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공약 과제 중 중요도, 실현 가능성, 국민 수용성 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정밀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지역 단위 실현이 핵심이며,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없이는 에너지 전환이 불가능하므로 지방 균형발전과 연계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또한 정권 초기 1년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며, 내년 지방선거는 정책 실행의 기회이자 동시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원자력에너지는 진영 간 극단적 대립으로 논의가 왜곡될 수 있으므로, 역할과 한계를 냉정히 점검하고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에너지 전환을 실질적인 사회경제적 변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다수의 법·제도 양산보다 전환의 핵심을 짚은 제도를 선별하고 민간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실질적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꾸준히 제기한 전력산업 혁신과 에너지 감독기관의 독립성 확보가 그 예다.
이는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이 만나는 접점이자, 시장 투명성과 정책 신뢰 회복의 핵심 과제다. 단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제도 개혁은 시기를 신중히 판단해야 하며, 전략 없는 조급한 실행은 정책 신뢰를 해칠 수 있다.
셋째, 현대 기술 발전의 핵심인 인공지능(AI)은 탄소중립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탄소중립은 효과가 더디고 체감이 어렵고 비용 부담이 큰 반면, AI는 산업 전반에 빠른 혁신 효과를 가져오며 우리 사회가 반드시 가야 할 기술 발전의 방향이다. 두 분야의 결합은 경제 활력과 탄소감축 성과를 동시에 이끌 수 있다.
AI는 에너지 소모가 크지만 에너지 수요 예측, 스마트 그리드, 자원 효율화 등에서 핵심 도구로 작동하므로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은 통합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AI를 국가 핵심 과제로 삼은 만큼 탄소중립과의 시너지는 산업 경쟁력 강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
넷째, 복잡한 대내외 정치·사회적 환경을 면밀히 검토해 탄소중립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구조적 전환이 미흡하며, 일부 감축 성과는 경기 침체 등 외부 요인에 기인한 바가 크다.
특히 임기 후반에 감축이 집중된 현 로드맵으로는 2030년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더불어 올해 예정된 2035년 NDC 상향안 발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추진,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 시행,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통상 환경 불확실성 등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 전략 간 긴밀한 연계를 더욱 요구하고 있다.
끝으로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 단절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2020년 탄소중립 선언 이후 비록 굴곡은 있었지만 역대 정부가 지속해온 탄소중립 전환 노력은 의미 있는 실행 자산이다. 이를 교훈 삼아 현실에 기반하고, 이념적 지향을 최소화하며 실용적으로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