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슬림폰’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성능은 전작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면서 무게와 두께를 최대한 줄이는 게 핵심이다. 올 하반기 삼성전자, 애플 등 주요 제조사들은 가볍고 얇은 디자인의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두께 전쟁’을 벌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폴더블(접이식) 스마트폰 갤럭시 Z폴드7과 플립7을 공개한다. 지난해 언팩이 인공지능(AI)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언팩은 ‘얇고 가볍다’는 하드웨어의 장점을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와 정보기술(IT) 팁스터(정보 유출자) 등에 따르면 폴드7은 펼쳤을 때 두께가 3.9~4.5㎜, 무게는 236g 정도로 예측된다. 접었을 때는 8.9㎜, 디스플레이 크기는 8.2인치로 추정된다. 플립7은 펼쳤을 때 두께 6.9㎜에 디스플레이는 6.85인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Z폴드7은 전작보다 훨씬 얇아졌다. 1년 전 출시된 Z폴드6의 펼쳤을 때 두께는 5.6㎜였다. 지난해 10월 갤럭시 폴드 시리즈 중 가장 얇은 버전으로 출시됐던 Z폴드 스페셜 에디션의 두께는 4.9㎜였는데, 이보다 더 얇아지는 것이다.
애플도 슬림폰 모델인 ‘아이폰 17 에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 제품의 두께는 5.5㎜, 무게는 145g으로 추정된다. S25 엣지보다 얇고 가벼울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엣지의 카메라는 2대지만, 아이폰 17 에어의 경우 1대일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용량은 2800mAh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미국 IT 전문 매체 GSM아레나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애플이 고밀도 배터리 기술을 활용해 용량을 15~20% 늘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슬림폰 경쟁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불을 붙였다. 중국 기업 오포는 지난 2월 세계에서 가장 얇은 폴더블폰 ‘파인드 N5’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펼쳤을 때 두께가 4.2㎜, 무게는 229g에 불과하다. 중국 업체 테크노는 지난 3월 모바일 전시회 ‘MWC 2025’에서 두께 5.75㎜의 바형 스마트폰 ‘스파크 슬림’을 공개했다. 앞서 화웨이, 샤오미도 슬림형 폴더블폰을 여럿 내놓은 바 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밖에서 생산된 스마트폰에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관세 문제로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이 전년 대비 1%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4%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슬림폰 경쟁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성능의 슬림폰을 개발하는 경쟁은 제조사들의 높은 기술력을 증명할 기회”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