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복권을 구매한 가구의 월평균 복권 구매액이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소득 하위 40%는 되레 감소했다. 특히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구매액이 30% 넘게 하락했다. 장기화된 경기 부진에 저소득 가구가 복권 구매 비용마저 줄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1분기 로또, 연금복권, 경마 등 복권을 구매한 가구(237만5000가구)가 전체 조사 대상 가구(2218만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7%로 1년 전보다 0.6% 포인트 늘었다. 이들 가구가 복권 구매에 쓴 월평균 금액도 7683원으로 1년 전(7321원)보다 4.9% 늘었다. 월평균 복권 구매액은 2022년(8623원) 이후 2023년(7550원)과 지난해 2년 연속 감소했으나 올해 플러스로 전환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체감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복권을 찾는 이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기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몇 천원으로 잠깐의 희망을 기대해 볼 수 있어 복권 구매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체적인 구매 비중 및 구매액이 늘었지만 소득 분위별로는 다른 흐름을 보인다. 1분기 소득 분위별 월평균 복권 구매액을 보면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는 복권 구매에 월평균 4252원을 써 1년 전 같은 분기(6265원)보다 32.1% 급감했다. 2분위(7140원) 역시 7.8% 줄었다. 1분기 기준 복권을 구매한 가구 중 하위 40%가 복권 구매에 쓴 돈이 1년 전보다 감소한 건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과 그 이후에도 없던 일이다. 복권 구매 가구 중 1분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했다. 지난 1분기 전체 가구에서 1분위가 복권을 구매한 비중은 13.6%로 1년 전 같은 분기보다 1.0% 포인트 줄어 전체 분위에서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의 월평균 복권 구매액은 9208원으로 1년 전 같은 분기보다 20.4% 증가했다. 통상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3, 4분위 가구도 각각 9589원, 6704원을 써 1년 전보다 9.5%, 13.5% 늘었다.
경기 부진에 저소득 가구에서 복권 구매 비용마저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1분위 가구가 소비에 쓸 여력은 축소됐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114만원으로 1년 전보다 1.5% 줄었다.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소득을 의미하는 처분가능소득도 1분위 가구는 지난해 월평균 95만5000원에서 92만1000원으로 3.6% 줄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한계에 몰린 저소득 가구는 복권을 구매할 여력마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소득 양극화가 복권 구매 양극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