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첫 타깃 ‘롯데렌탈 매각’되나

입력 2025-06-11 00:17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의 첫 번째 적용 사례는 롯데그룹의 롯데렌탈 매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PE)에 렌터카 업체 롯데렌탈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회가 회사뿐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에 충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지난 3월 롯데렌탈 지분 56.17%를 어피니티PE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1주당 7만7115원을 인정받아 1조5728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계약 전날 롯데렌탈 종가(2만9400원)보다 2.6배나 높은 수준이다. 롯데는 이례적으로 1조원이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았다.

문제는 계약과 동시에 롯데렌탈 이사회가 어피니티PE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도 결정했다는 점이다. 발행 주식의 20%에 해당하는 신주를 주당 2만9180원에 발행하기로 했다. 유증이 성공하면 어피니티PE는 롯데렌탈 보유 지분이 56.17%에서 63.5%로 늘어나고, 롯데렌탈 매입 단가를 약 16% 낮추는 효과를 얻게 된다. 반면 기존 일반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희석돼 주주가치 훼손을 피할 수 없다.

소액주주들은 어피니티PE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유증이 경영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주주의 매각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어피니티PE가 롯데렌탈 최대주주가 돼야 유증을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어서다. 롯데렌탈 지분을 보유 중인 VIP자산운용은 “회사 사업을 위한 유증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 대주주를 위한 유증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어피니티PE는 또 다른 렌터카 업체 SK렌터카도 지난해 8월 인수해 보유 중이다. 당시 SK렌터카 부채비율은 574%로 롯데렌탈(377%)보다 높았지만, 인수 이후 유증을 진행한 적이 없다. 지분 100%를 인수하는 구조여서 유증에 따른 어피니티PE의 실익이 없어서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대주주가 바뀌고 나면 두 달 안에 대규모 사채 조기상환 요구가 들어올 수 있어 재무구조 안정 차원에서 유증이 필요했다”며 “주주배정 방식으로 하면 실권주가 발생해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어 어피니티PE만 유증 대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