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LA 해병대 투입’에 뉴섬 주지사 “독재 대통령 광기”

입력 2025-06-10 18:5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로스앤젤레스 시위 대응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첨예하게 대립 중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EPA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계속되는 이민 단속 반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해병대 700명을 투입하고 주방위군 배치 규모를 2배로 증강했다.

미 북부사령부는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지난 주말 경계 상태였던 해병대 병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제1해병사단 7연대 소속 700여명은 LA에서 연방 인력·재산을 보호하는 태스크포스51 산하 타이틀10에 통합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스크포스51은 국토 방어·안보 작전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기관과 협력하는 육군의 비상지휘소라고 북부사령부는 설명했다.

션 파넬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연방 법 집행관에 대한 위협이 증가해 700여명의 현역 해병대원이 LA에 배치되고 있다”며 “대통령 명령에 따라 주방위군 2000명을 추가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LA에 배치되는 병력은 4700명 규모로 늘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앞서 트럼프는 시위 발생 이튿날인 지난 7일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주방위군 2000명을 배치하도록 명령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해병대 투입은 권한 남용 논란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는 미국 영내에서 체포를 포함한 법 집행에 동원될 수 없는 연방군인 데다 최정예 병력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연방정부 지시를 받는 해병대와 주방위군은 법 집행 작전을 지원할 뿐 직접 참여할 수 없지만 대통령이 내란법을 발동하면 가능하다”며 “트럼프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민주당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는 엑스에서 “해병대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전장에서 명예롭게 봉사했다”며 “독재적인 대통령의 광기 어린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미국 영토에서 국민에게 맞서지 말라”고 호소했다.

뉴섬은 또 주방위군을 연방군으로 60일간 전환한 트럼프의 명령에 대해 “권한을 남용한 불법적 조치”라며 트럼프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뉴섬은 “트럼프는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며 “이것은 그가 주에 소속된 군대를 장악하기 위해 조작해낸 위기이자 우리 공화국의 기반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경 문제 담당자인 톰 호먼이 “불법 이민 단속을 방해하면 뉴섬 등을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 질문받자 “내가 톰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