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띄우는 정치권… 한은 여전히 신중모드

입력 2025-06-11 00:16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법안이 여당에서 발의되면서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온 한국은행은 찬반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어보는 콘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 및 디지털자산 발행을 법률로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은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진 국내 법인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전제로 핀테크 등 비은행에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변방의 실험적 수단이 아니다. 미국 등은 전략 산업으로 육성 중”이라며 “우리나라는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할 위기”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재명정부 들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한은은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그간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발행 인가 단계부터 중앙은행이 실질적으로 법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구상하고 있다. 당초 한은은 다음 달 1일 콘퍼런스를 열고 스테이블코인의 무분별한 발행에 따른 통화정책 유효성 약화, 위급 상황 시 투자자들의 대량 환매로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좀 더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날 콘퍼런스를 연기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과 동시에 여당의 법안 발의로 좀 더 행사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기재부와 금융위, 관련 업계까지 토론자로 참석시켜 반대되는 입장까지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