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 시간) ‘2025 베트남 국제 프리미엄 소비재전’이 열린 호찌민 SECC 전시장. 30만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 인플루언서 부부가 아이를 안고 한국 영유아용품 업체 부스 앞에서 영상을 찍고 있었다. “한국산 아기 옷은 소재가 좋고 스타일이 멋져서 자주 구매한다”는 팟(Phat)씨 부부의 영상은 틱톡에서 약 2만5000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전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통유리 라이브 스튜디오에서는 베트남 뷰티 크리에이터가 김을 뜯어 먹으며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15만여명의 페이스북 팔로워를 보유한 흐엉(Huong)씨는 자신이 시청자들에게 소개한 제품 중 하나를 꺼내 들어 “한국 화장품은 포장이 예쁠 뿐아니라 사용법도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적혀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진흥원이 흐엉 등 베트남 현지 인플루언서와 합동으로 진행한 ‘쇼피라이브커머스’는 모두 6회 방송을 통해 합산 조회 수 58만회를 기록했다.
한국의 3대 수출국인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려는 중소기업들이 호찌민에 집결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코엑스와 함께 지난 5~8일 주최한 전시회에는 국내외 195개 기업(한국 161개)이 참가했고, 전년 대비 22% 증가한 2만8000명의 참관객 및 바이어가 방문했다.
베트남 소비재 시장은 1억명의 인구와 가파른 소득 증가 속도, 도시화에 따른 유통업계 급성장 등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의 한국 호감도가 높은 편이라는 점도 한국 중소기업 다수가 현지 진출을 희망하는 배경이다.
전시회장에서는 다양한 한국 제품이 베트남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K뷰티’의 인기 속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은 피부에 생긴 주름과 상처를 없애는 피부관리 기기까지 확장된 모습이었다. 미용 기기 업체 나르피시아는 베트남 현지에서 피부 관리실 200여개를 운영하는 뎁호안미(DEP HOAN MY) 측과 50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추진하기로 했다. 박미화 나르시피아 대표는 “베트남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굉장히 높은데 그 관심이 뷰티 디바이스로 넘어가는 단계”라며 “한국 뷰티 시장의 경로를 베트남도 그대로 따라가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수산물을 활용한 한국 간식도 관심을 받았다. 일본계 대형마트 체인 이온(AEON)은 한국 식품업체 씨월드 부스에서 김 부각, 황태 부각, 꽃게 부각 등의 샘플을 가져가며 30만 달러 규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국내 참가 기업들은 현지 바이어들과 전년(1543건) 대비 36.5% 증가한 총 2701건의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약 1억5000만 달러(약 2050억원) 규모 MOU 성과를 달성했다고 한다. 조상현 코엑스 사장은 “이번 전시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한국 소비재의 브랜드 경쟁력을 아세안 시장에 효과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호찌민=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