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관련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10건 중 3건은 여전히 삭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해외에 기반을 둔 영상 플랫폼의 경우 자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요청해도 영상 삭제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10일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등에 삭제를 요청한 대선 관련 딥페이크 영상물 1만508건 중 삭제되지 않은 영상은 2977건(28.3%)으로 집계됐다.
미삭제 영상 다수는 유튜브 등 해외 기반 플랫폼에 게재된 딥페이크 영상이다. 선관위는 해외 기반 플랫폼과도 업무협의를 통해 삭제 요청을 한다. 하지만 플랫폼 자체 가이드라인 때문에 삭제되지 않는 영상도 많다. 선관위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은 대체로 풍자와 패러디를 더 관대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 국내 플랫폼보다 삭제율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유튜브에서는 이번 대선 후보 관련 딥페이크 영상을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4월 업로드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드럼통을 바다에 던지는 딥페이크 영상이 대표적이다. 또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순대를 먹는 딥페이크 영상 등도 그대로 남아 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운동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이용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영상을 제작 또는 게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같은 영상은 위법 소지가 크다.
한눈에 가짜임을 알 수 있는 딥페이크 영상은 선관위의 삭제 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공직선거법은 딥페이크 영상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규제할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단번에 봐도 딥페이크로 만든 가짜 영상임을 알 수 있으면 공직선거법상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특정 후보자를 비방하는 딥페이크 영상이더라도 너무 조잡하면 선관위의 삭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영상 삭제에 엄격하고 명확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수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는 “해외 플랫폼이라고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건 문제”라며 “선거기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딥페이크 영상에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확립한 뒤 해외 플랫폼에도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공직선거법상 딥페이크 규제 기준은 다소 불명확하다”며 “명확한 기준에 따른 단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hy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