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된 국민의힘이 쇄신과 대여(對與) 공세에는 무력한 채 지도체제 및 개혁안을 두고 내홍만 거듭하고 있다. 옛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고 16일 열릴 원내대표 선거도 계파 간 힘겨루기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좀체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국민의힘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김문수 전 대선 후보의 만찬 회동 자리를 만들었다.
국민의힘은 10일 김 위원장의 5대 개혁안에 대한 산발적 논의를 이어갔으나 이날도 일치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를 열고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면 국민의힘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개혁안 동의 여부를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제안도 했다.
하지만 당협위원장들은 “내용은 옳으나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등의 반대 의견을 더욱 많이 피력했다. ‘탄핵 반대’ 당론을 뒤집는 것은 또 다른 지지층 이탈 문제만 낳는다는 우려, 김 위원장이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개혁안을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당협위원장은 “30명이 발언했는데, 개혁안을 수긍하고 즉시 시행하자는 의견은 7명에 머물렀다”고 국민일보에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뒤 “우리가 왜 졌는지 당 구성원들이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선거에서 이긴 정당 같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은 젊은 정치인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며 “내가 선거 때 ‘얼굴마담’이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에 앞서 재선 의원들은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늦어도 8월 말 전당대회, 김 위원장 임기 연장’을 촉구하는 입장을 냈다. 다만 총 30명의 재선 의원 중 12명은 이 입장문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쇄신 논의 공전의 핵심 원인은 계파 갈등으로 지목된다. 이 갈등은 당내 3~5선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5선에선 김기현·나경원 의원이, 4선에선 김도읍·김상훈·박대출·이헌승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3선에서는 김성원·송석준·송언석 의원이 언급된다.
김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 김 전 후보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만찬 회동을 갖는다. 당 지도부가 김 전 후보에게 요청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무성 전 대표 등 상임고문단도 참석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 구성원마다 혁신 방향이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정국을 헤쳐나갈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윤수 이강민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