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중 가끔 휴대전화 벨이 울릴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곧바로 벨소리를 끕니다. 이유는 예배에서 가장 중요한 소리는 하나님의 음성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도 예수님의 음성에 귀 기울여 달라고 목 놓아 외치는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로마 식민 통치 아래 광야에서 회개를 외친 세례자 요한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세례자 요한은 “회개하라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외치며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백성이었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한은 유대인에게도 세례를 베풀며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가 죄인이며 내 뒤에 오실 그리스도를 영접해야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 말을 듣고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때 종교 지도자들이 요한을 찾아 “네가 누구냐”고 묻자 그는 “나는 그리스도가 아닙니다”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엘리야냐, 선지자냐” 하면서 다시 묻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말라기 4장 5~6절을 근거로 메시아가 오시기 전 사람들을 준비시킬 엘리야가 온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세례 요한은 선지자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하나님 말씀을 전했지만 끝까지 자신은 그리스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는 자신의 역할이나 직분을 몰라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유대인들이 기대하는 위대한 사람이 아님을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이름을 드러내고 싶어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입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세례 요한에게 배워야 할 것은 모든 영광을 예수님께 돌리는 겸손한 태도입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면서도 스스로 그리스도라 착각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선지자입니까” “메시아입니까” “구원자입니까” 물었을 때도 단호히 “아닙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닙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 3:30)
요한의 이 겸손한 고백은 우리 신앙의 척도가 됩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자신을 낮추고 주님을 높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약한 자를 통해 강한 일을 이루시며 겸손한 자를 통해 복음을 전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쇠하면 예수님은 흥합니다. 우리가 제일 낮은 자리를 찾고 있을 때 주님의 이름은 영광을 받습니다. 우리가 손해를 보면 예수님의 이름은 칭송을 받습니다. 우리의 몸이 연약할 때 강하신 주님의 능력이 오히려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세례자 요한은 평생 주의 길을 준비하고 많은 제자를 길러냈지만 스스로는 가장 낮고 보잘것없는 자리에 머물기를 원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자신을 높이려 했던 삶을 돌아보고 오히려 낮아지려는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뒤에서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겸손히 외치는 소리가 돼야 합니다.
적막한 어둠 속 새벽을 알리는 건 닭의 울음소리이지만 닭이 곧 빛은 아닙니다. 그러나 새날에 꼭 필요한 빛의 등장을 알리는 중요한 파수꾼임은 분명합니다. 세상이 어두울수록 우리는 ‘빛’이신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힘 있게 전하는 ‘소리’가 돼야 합니다. 광야에서 울려 퍼졌던 요한의 외침처럼 우리도 이 시대 속에서 주님의 길을 예비하기를 바랍니다.
진영채 목사 (산소망중도실명자선교회)
◇산소망중도실명자선교회는 각종 사고와 질병 등으로 중도에 실명한 이들을 돕는 선교 기관입니다. 매주 예배를 통해 장애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시각의 장애가 삶의 장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