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투명 디자인만 선보인 애플… AI 혁신은 없었다

입력 2025-06-11 00:12
애플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5’에서 새로운 사용자인터페이스(UI) ‘리퀴드 글래스’를 공개하고 있다. 애플의 운영체제(OS) 개편은 12년 만이지만, AI 부문에선 혹평이 주를 이뤘다. 연합뉴스

애플이 아이폰을 비롯한 자사 기기 운영체제(OS)에 ‘반투명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눈에 띄는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공개한 애플의 AI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도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고, 디자인 변화가 주요 개선 사안으로 소개됐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연례 최대 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열고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로 ‘리퀴드 글래스’ 디자인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앱 아이콘이나 위젯을 유리처럼 투명하게 디자인해 화면을 보다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 애플이 OS 디자인을 새롭게 개편한 것은 2013년 iOS7 업데이트 후 12년 만이다.

애플 인텔리전스 업데이트로는 실시간 번역, 화면 검색 기능 등을 소개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스팸 전화나 스팸 문자를 미리 차단해주는 ‘스크리닝’ 기능도 추가됐다. 하지만 기존 구글이나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이미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 새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에 대한 추가적인 발표도 없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은 시리 업데이트 시점과 관련해 “품질 기준을 넘기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올해 출시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애플이 지금까지의 WWDC와 달리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자 비판적 평가가 줄을 이었다. 2023년 ‘비전 프로’, 지난해 ‘애플 인텔리전스’ 등에 버금갈 만한 발표가 없었다는 것이다. 애플이 경쟁사의 AI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주소를 보여줬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은 지난해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애플 인텔리전스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지만 이 기능들 중 상당수는 아직 사용자에게 제공되지 않고 있다”며 “애플은 AI 경쟁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등 주요 기업들에 비해 여전히 뒤처져 있다”고 혹평했다.

기대에 못 미친 AI 발표에 시장 반응도 차가웠다.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 떨어진 201.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AI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애플은 올 들어 주가가 17.4% 하락한 상태다. 나스닥 시장에서 미국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를 유지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에 이어 3위에 머무르고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