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우디 3개 도시 디지털로 구현… ‘스마트시티’ 기반 마련

입력 2025-06-11 00:46
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메디나 제다 3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 제작·구축 프로젝트를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사물과 시스템을 디지털 공간에 똑같이 복제한 가상 모델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스마트 시티’ 구현을 위한 필수 데이터다. 플랫폼 구축이 완료된 도시들의 총면적은 서울시의 약 11배에 달하고, 건물 수만 92만동 이상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을 총괄한 이동환 네이버랩스 비전 그룹 리더는 네이버의 공간지능 기술이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리더는 “공간지능은 지도 제작, 위치 파악, 사람·사물 인식 등 크게 3가지 기술이 갖춰져야 한다”며 “로봇에 사람이 가진 지식을 주입하고 사람의 눈을 달아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공간지능은 AI가 3차원의 물리 세계에서 공간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이다. AI가 물체의 위치·방향을 파악하고 공간 내에서 대상들의 움직임을 인식한다. 사람이 눈으로 본 공간을 두뇌에서 이해하듯 컴퓨터가 AI를 통해 현실 세계를 분석한다. 이 때문에 공간지능의 고도화 여부는 카메라에 입력된 이미지와 영상을 분석하는 비전 기술에 달려있다.

이 리더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비전 기술로 획득한 3차원 이미지와 실시간 데이터가 통합돼 현지 도시 행정에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시 개발을 위한 지형 분석이 가능하고, 특정 지역의 스카이라인이나 일조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리더는 “건물을 세우기 전 설계 데이터를 연동해 건축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도시의 수로 데이터로 홍수 지역을 시각화하는 작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네이버랩스의 비전 기술은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랩스는 2019년 국제 컴퓨터비전학회에서 구글과 애플을 제치고 우승했고, 지난해에도 유럽 컴퓨터비전학회 챌린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픈소스로 공개한 3차원 이미지 복원 AI ‘더스터’는 메타, 엔비디아 등 빅테크 연구소들이 후속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위스의 로봇 업체와도 협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업체가 보유한 4족 보행 로봇이 택배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골목에서 입력된 주소를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로봇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 리더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중요한 건 공간지능”이라며 “전 세계 곳곳에 자율주행 셔틀과 로봇이 돌아다니는 스마트 시티를 세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