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음모론’ 믿는 미 보건장관… CDC 백신자문위원 전원 해임

입력 2025-06-10 18:57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사진) 미국 보건장관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자문위원 전원을 해임했다. 백신 접종이 효과가 없고 부작용이 크다고 믿는 ‘백신 음모론자’로 유명한 케네디 주니어 장관이 미국의 예방접종 정책을 해체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는 9일(현지시간) 장관이 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위원 17명 전원을 해임했으며 이들을 대체할 새 위원회를 구성 중이라고 밝혔다. ACIP 위원들은 백신에 대해 데이터를 검토하고 누가 언제 접종해야 하는지 권고안을 마련한다. CDC는 수십년간 ACIP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백신 무상 접종 정책을 펴 왔다.

케네디 주니어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ACIP 위원 전원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임명됐다고 지적하며 이번 해고 조치는 백신에 대한 대중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위원회가 이해충돌에 시달렸고 백신의 ‘거수기’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은 보건장관이 전문가가 아닌 백신을 의심하는 인물들로 ACIP를 새로 구성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백신 접종을 권장해온 미국 보건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CDC 국장을 지낸 토머스 프리든 박사는 “백신 접종이 권장되지 않는다면 수백만명이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게 되고 백신과 예방 가능한 질병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되며, 어린이들은 수십년 동안 겪지 않았던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