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이 중국으로 쏠렸을 때 생기는 위험과 한계가 있습니다. ‘탈중국’이 포스코퓨처엠 전구체 공장의 경쟁력입니다.”
10일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에서 열린 전구체 공장 준공식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소영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기획 그룹장은 “고객사의 요구가 (전구체 자립 결정의) 시작점이었다”며 공장 준공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광양 전구체 공장은 기존 광양 양극재 공장 부지 안에 총 2만2400㎡(약 6800평) 크기로 조성됐다. 이 공장에선 연간 4만5000t 규모의 전구체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전기차 50만대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구체는 모두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에 공급하는 양극재 제조에 사용될 예정이다.
배터리 산업에서 전구체는 양극재가 되기 전 단계의 물질을 뜻한다. 니켈, 코발트, 망간 등으로 구성되며 양극재 공장으로 보내져 리튬과 결합해 양극재가 된다. 전구체는 원료 비중과 생산 방식에 따라 특성이 변화하고 불순물 관리가 중요해 양극재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로 꼽힌다.
포스코퓨처엠이 탈중국을 강조한 것은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 차원이기도 하다. 그간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 대부분은 중국산 전구체를 사용해왔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전구체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90%가 넘는다.
그러나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배터리에 중국 전구체를 사용할 경우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이 적용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배터리 3사로서는 IRA 없이 실적 방어가 힘든 상황이다. 최근 미국 하원의 감세법안 추진으로 IRA 세액공제에 대한 정책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금지외국법인 요건 신설 등 중국 공급망 규제는 더 강화되는 기류다.
포스코그룹은 전구체를 비롯한 공급망 독립을 통해 미국의 대중 규제를 회피한다는 전략이다. 이날 방문한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공장에서는 중국산 대신 국산 원료를 투입하기 위한 설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아울러 전구체의 핵심 원료인 니켈도 그룹 차원에서 공급받는다. 비중국산 니켈을 가공한 원료를 바탕으로 포스코가 고순도 황산니켈로 만들어 포스코퓨처엠 전구체 공장에 공급하는 구조다. 이외에도 포스코HY클린메탈이 재활용을 통해 회수한 황산니켈을 포스코퓨처엠에 공급한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전구체 공장 준공식에서 “포스코그룹 차원의 니켈 공급망 구축에 이어 이번 전구체 공장 준공으로 ‘원료-반제품-양극재’에 이르는 자급 체제를 완성했다”며 “글로벌 공급망 정책 변동 속에서 광양 전구체 공장은 국내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와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양=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