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토니상 6관왕… 문화재정 과감히 늘려 뒷받침하길

입력 2025-06-11 01:20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제작자 제프리 리처즈(가운데)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손에 쥔 채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국 극작가 박천휴와 미국 작곡가 윌 애런슨이 공동 창작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날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주요 부문 6관왕을 차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미국 토니상 6관왕을 차지했다.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최다 수상작에 올라 지난 1년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수많은 작품 중 최고임을 인정받았다. 21세기 서울을 무대로 두 로봇의 이야기를 그려낸 이 작품은 흥행에 불리한 여러 요소를 안고 있었다. 직관적이지 않은 제목, 낯선 극본, 인지도 낮은 배우, 턱없이 적은 출연진…. 브로드웨이 흥행 공식에서 크게 벗어난 창작 뮤지컬이 관객과 평단을 함께 매료시킨 힘은 누구나 공감할 주제를 새로운 이야기로 변주한 독창성에서 나왔다. 여기에 해외 관객 정서를 파고든 현지화 전략이 더해져 한국 뮤지컬의 무대를 세계로 넓히는 성공 사례가 탄생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출발한 작품을 10년간 갈고닦아온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K컬처는 아카데미상(영화 ‘기생충’) 에미상(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이어 토니상까지 스토리 기반 대중예술 장르의 최고 권위 상을 모두 수상하는 기록을 갖게 됐다. 영국 BBC는 그래미상(조수미)까지 더해 한국을 ‘EGOT’(네 상의 이니셜 조합) 국가로 불렀다. K팝은 이미 세계적 현상이 됐고,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문학도 꾸준히 해외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이재명정부의 ‘K이니셔티브’(한국이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을 지닌 영역) 전략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2030년까지 문화 수출 50조원 시대를 연다는 구상을 실현할 여건은 충분히 성숙했다. 국가 총지출의 1.3%에 불과한 문화재정을 과감히 늘리고 긴 안목의 밑그림 위에서 정책적 뒷받침을 확대해가야 한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문화산업의 특수성이다. 여러 수상작이 말해주듯 한국의 문화적 경쟁력은 독창성에 있다. 자칫 과도한 개입이나 간섭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역할은 뒤에서 밀어주는 절제된 범주에 머물러야 한다.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에서 올해 한국의 순위는 12위였다. 이를 5위까지 끌어올리자는 정부의 목표에 다가설 힘은 문화예술인들이 다양한 실험을 하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토양에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