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공회를 대표하는 영국 캔터베리 교구의 교구장 선출에 필요한 직무 요구 조건에 ‘대주교가 여성일 수 있다’는 표현이 처음으로 공식 표기됐다.
캔터베리 교구의 주교공석위원회는 최근 ‘제106대 캔터베리 대주교 임명과 관련한 필요사항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대주교가 갖춰야 할 13가지 항목 중 한 가지로 “남성과 여성 모두를 성직자로 임명하며, 두 성별의 사역을 분명하고 긍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가 찾는 대주교는) 남성일 수도 여성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성공회에서 역사상 첫 여성 영적 지도자가 등장할 수 있다는 해석과 함께 이란 출신의 굴리 프란시스 데카니 주교(영국 엘름스퍼드 교구) 등이 유력 인물로 거론된다. 스카이뉴스 등 영국 현지 매체는 “성공회 주교 최고 자리에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한성공회 관계자도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성명서에 포함된 내용은) 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대주교를 선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위원회가 발표한 대주교 자격 항목에는 ‘모든 연령대와 배경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신학적 깊이를 갖춘 사람’ ‘교회 내의 문제와 불의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최고의 성실함을 갖춘 사람’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대주교 자리는 지난 1월 저스틴 웰비 당시 캔터베리 대주교가 한 지도자의 미성년자 학대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이후 공석 상태에 있다. 위원회는 7월과 9월 회의를 거쳐 후보자를 추리고, 올해 안에 투표 회원의 3분의 2가 넘는 지지를 받은 사람을 후임자로 지명한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영국성공회 수장에 첫 여성 임명되나
입력 2025-06-11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