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선교적 교회로 가는 길

입력 2025-06-14 03:04

사도행전 11장은 스데반의 순교 이후 박해를 피해 흩어진 성도들이 복음을 안고 안디옥까지 나아간 장면을 전합니다. 예루살렘에 머물던 복음은 사마리아를 거쳐 이방 땅까지 퍼졌습니다. 빌립의 사마리아 전도, 에티오피아 내시의 회심, 베드로의 고넬료 가정 방문은 복음이 유대인의 경계를 넘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흐름 속에서 교회는 단지 모인 사람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흩어진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살아 있는 몸’임을 깨닫게 됩니다. 박해는 교회를 흩어지게 했고 그 흩어짐은 곧 선교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복음은 어떤 제도나 민족, 문화에도 갇혀 있을 수 없는 하나님의 생명입니다.

이 시대 교회가 회복해야 할 세 가지 선교적 전환이 있습니다. 첫째 사고의 전환입니다. 안디옥에 복음을 전한 이들은 예루살렘에서 직접 파송된 사도들이 아니었습니다. 구브로와 구레네 출신 몇몇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헬라인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복음이 유대인을 넘어 이방으로 향한 첫걸음이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교회를 모이는 장소로만 이해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흩어지기 위해 모이는 곳입니다. 예배는 그 자체로 선교 파송의 자리입니다. 우리는 매 주일 예배당을 나서며 다시 세상 속으로 보냄을 받습니다.

둘째 시각의 확장이 필요합니다. 사도행전 11장의 성도들은 단지 생존을 위해 도망친 이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복음을 품고 낯선 땅을 밟았고 복음은 유대인을 넘어 헬라인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지리적 확장을 초월해 복음이 열방을 향해 열린 전환점이었습니다.

오늘날의 선교는 더 이상 먼 나라로 떠나는 일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열방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직장과 학교, 병원과 공장, 농장과 거리에서 우리는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만납니다.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이주 가정의 이웃들이 한국 사회 곳곳에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가정은 주일마다 외국인 노동자를 초대해 식사를 나누며 복음을 삶으로 전합니다. 어떤 교사는 한국어가 서툰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따라 읽어줍니다. 하나님은 이미 열방을 우리 곁에 보내셨고 우리에게는 그들을 품을 책임과 기회가 동시에 주어졌습니다. 전 세계 750만 디아스포라 한민족 역시 이 사명을 기억해야 합니다.

셋째 삶이 곧 메시지입니다. 안디옥 교회의 성도들은 어느 날부터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붙인 호칭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본 세상이 붙여준 이름이었습니다. 그들의 말과 행동, 일상 속 태도와 관계에서 예수의 향기가 느껴졌던 것입니다.

복음은 말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용서하며 어떻게 인내하고 희망을 품는지가 복음의 가장 강력한 설득이 됩니다. 사람들은 설교자의 입보다 성도의 발걸음을 먼저 봅니다. “당신이 믿는 하나님은, 당신의 삶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이 질문 앞에 우리는 삶으로 답해야 합니다. 선교의 시작은 거창한 전략이나 프로그램이 아니었습니다. 흩어진 성도들이 낯선 땅에서 복음을 살아낸 것이 출발이었습니다. 오늘 하나님은 우리를 삶의 자리로 파송하십니다.

윤은성 목사 (사단법인 센트 이사장)

◇윤은성 목사는 ㈔센트 이사장, 한국어깨동무사역원 대표, 어깨동무학교 네트워크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번데일벤처스 로컬센터장과 프레시네트워크 공동대표도 맡고 있으며 성경과 역사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다음세대와 젊은 사역자들을 세우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