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한·중 관계 악화, 중국 책임도 크다

입력 2025-06-11 00:38

이재명 대통령 취임으로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중국에선 이 대통령이 윤석열정부와 달리 국익 중심의 실리 외교를 추구해 전향적인 대중국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에서도 새 정부가 미국·일본 편향에서 벗어나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이웃인 동시에 서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중요 교역국이다. 중국은 북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 한·중 관계 개선은 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한·중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해도 과거는 잊고 새출발하자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국 관계가 언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에도 윤석열정부가 미국의 대중국 봉쇄에 편승해 반중정책을 추진하고 반중감정을 조장했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파탄났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때도 양국 관계는 바닥이었다.

한·중 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때인 2015년이었다고 한다. 중국 교민이나 주재원들은 박 전 대통령이 그해 9월 3일 중국 전승절 70주년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천안문에 올랐을 때 한·중 관계가 절정이었다고 회고한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중국에서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한·중 관계가 급전직하한 것도 박근혜정부 때다. 2016년 1월 6일 실시된 북한의 4차 핵실험이 계기였다.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피격 사건의 기억이 생생하던 한국에선 안보 불안이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과 미국은 그해 7월 8일 북핵에 대응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은 사드가 중국을 겨냥할 수 있다며 철회를 압박했다. 한국인의 안보 불안에 대한 이해나 공감은 없었다. 북한이 9월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했는데도 중국은 한국에 대한 전방위 보복 조치를 밀어붙였다. 상당수 한국 기업이 큰 손해를 보고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해야 했다. ‘한한령’으로 한국 콘텐츠 상품은 중국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이런 기조는 중국과의 대화·협력을 중시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문재인정부는 사드 갈등을 종식하기 위해 2017년 10월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내놨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3불’ 입장까지 밝힐 정도로 성의를 다했다.

하지만 중국은 문재인정부 내내 고압적인 태도로 한국을 냉대했다. 평소 지역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것과 달리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지 않는 등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인식에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여러 차례 한·중 관계 악화의 책임이 중국에 있지 않다고 강변했지만 지난 9년을 되돌아보면 중국의 책임도 상당히 크다. 이 대통령도 지난 4월 노무현재단 유튜브 ‘알릴레오’ 대담에서 한·중 관계 문제에는 중국의 책임도 상당히 있다고 지적했다.

한·중 관계를 개선하려면 한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뿐 아니라 중국의 한반도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정성을 보이고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설득해야 한다. 한한령 등 한국에 대한 제재와 보복 조치도 철회해야 한다.

송세영 베이징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