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강원 춘천 체육공원에선 나란히 제대한 RM과 뷔가 이른바 ‘전역룩’을 뽐냈다. 둘 다 디지털 무늬 전투복에 베레모를 눌러쓴 군복 패션이었지만, 손목에 찬 시계만큼은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RM이 찬 10만원대 카시오 지샥(G-SHOCK)은 일명 ‘군샥’으로 현역 장병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자시계다. 반면 뷔는 2000만원대 프랑스 명품 까르띠에 ‘산토스 뒤몽’을 선택했다. 블루 스트랩과 옐로우 골드 케이스가 어우러져 클래식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줬다.
이날 BTS 멤버의 시계 패션 못지않게 주목받은 뉴스가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직후 앞다퉈 제작하던 ‘대통령 기념 시계’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이 전했다. 그러나 이날 기념 시계가 이슈로 떠오르자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은 시계를 포함해 선호도가 높은 선물 품목을 찾아달라고 지시했고, 이에 대통령실 선물로 제작될 예정”이라며 다른 얘기를 했다. 이 가운데 이 대통령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착용한 시계도 덩달아 회자됐다. 이랜드 브랜드 ‘OST’의 ‘달빛정원 블랙레더 가죽시계’로 정가는 5만원대지만 대통령 착용 소식이 알려지면서 품절 상태다.
한국 최초의 대통령 기념 시계는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었다. 이후 최규하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문구를 새겨넣은 시계를 제작해 일종의 권위 상징이자 답례용으로 활용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대행을 맡은 황교안 총리 시계가 등장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 따르면 이 가운데 박정희 유품 시계로 알려진 시티즌 오토매틱 버전이 그 희소성 때문에 35만원으로 최고가에 달하며, 노무현 시계는 20만원으로 2위에 랭크돼 있다.
연예인과 정치인의 무대는 다르지만 중요한 건 패션과 권위를 드러내는 시계가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 아닐까. 전역과 함께 새로운 시간을 시작하는 방탄소년단, 그리고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시간을 이끌어갈 이 대통령. 그들 손목 위엔 각자 짊어질 역할의 무게가 얹혀 있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