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44> 빌레몬과 오네시모

입력 2025-06-10 03:07

주인의 사랑을 받고도
운명의 사슬을 끊고 싶었던
한 노예 청년의 탈출
로마에서 새로운 인생을 꿈꾸던
어느 날, 바울을 통해 복음을 듣고 회심한
극적 반전의 서사
다시 주인 빌레몬에게 돌아가겠다는
노예 오네시모를 위하여
바울이 떨리는 손끝으로 써준
사랑과 눈물의 서신
바울의 육필 서신 앞에 무릎을 꿇고
저주의 화인 대신
노예의 결박을 풀어준
빌레몬의 사랑의 혁명
훗날 에베소교회의 감독이 되어
그 사랑과 섬김의 잔향을 잊지 못해
신약성경에 빌레몬서를 수록하게 한
오네시모의 보은
아,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도
처절한 사랑과 용서의 꽃을 피워낸
빌레몬과 오네시모,
주인과 노예가 써 내려간
어느 봄날의 우화.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빌레몬과 오네시모의 이야기는 초대교회를 장식한 관용과 배려, 사랑과 용서의 결정체와도 같다. 빌레몬은 ‘사랑을 간직한 자’라는 뜻이며, 바울과 동역한 교회의 지도자이자 달아난 노예 오네시모의 주인이다. 당시 도주 노예에 대한 처벌은 극히 잔인했으나, 빌레몬은 바울의 권유에 따라 오네시모를 용서하고 오히려 그리스도 안에서 종이 아닌 형제로 영접했다. 시인은 이를 ‘극적 반전의 서사’로 규정했다. 빌레몬이 보여준 ‘사랑의 혁명’은 그리스도의 은혜로 용서받은 자가 참된 용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의 모본(模本)에 해당한다. 시인은 훗날 신약성경에 빌레몬서가 수록된 것이 오네시모의 보은(報恩)이었음을 밝히면서, 이 아름다운 역사의 한 장을 ‘주인과 노예가 써 내려간 어느 봄날의 우화’라는 표현으로 시화(詩化)했다.
-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