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이 총수 2세가 소유한 중흥토건에 10년간 3조2000억원이 넘는 보증을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는다. 무상 보증으로 총수 2세는 지분가치 상승과 배당금 등 700억원이 넘는 경제적 이익을 얻었고, 중흥토건도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등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9일 사익편취 행위와 부당지원 행위 혐의로 중흥건설, 중흥토건과 그 6개 계열사에 총 180억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원 주체인 중흥건설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중흥토건은 중흥건설 총수인 정창선 회장의 2세 정원주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지난해 기준)한 회사로 부동산 건설·분양을 주력 사업으로 한다. 2007년 정 대표의 중흥토건 인수 당시 가치가 12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지역 건설사였다.
공정위 조사 결과 중흥건설은 2015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중흥토건이 시행 혹은 시공하는 12건의 주택건설 및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에 대해 24건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혹은 유동화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총 3조2096억원 규모의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중흥토건과 그 계열사의 자체 신용으로는 주택건설사업 등 시행사업을 위해 필요한 대출을 받는 데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흥토건과 계열사들은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2조9000억원을 조달해 사업을 확장했고, 매출 6조6780억원, 이익 1조731억원(2023년 말 기준) 회사로 성장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14년 82위에서 지난해 16위로 크게 상승했다. 중흥토건은 2021년 시공능력평가 5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202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공정위는 중흥건설이 중흥토건에 신용보강을 해줄 만한 이해관계가 없었음에도 무상으로 신용보강을 해 준 점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또 이러한 지원행위로 2세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완성됐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공정위의 180억원 과징금 처분 등은 중흥건설 총수 일가가 얻은 막대한 이익에 비해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무상 신용보강 행위를 직접 보고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정 회장을 빼고 법인인 중흥건설만 고발하기로 했다. 과징금 규모에 대해선 정상적으로 신용보강을 했을 경우 중흥건설이 중흥토건 등에서 받았어야 할 적정 대가를 기준으로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동산 PF 개발 시 이용되는 신용보강 수단인 자금보충약정을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 행위로 제재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