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배터리 공장 간 구광모 “미래 모빌리티 심장 되길”

입력 2025-06-10 00:37

배터리 업계가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성장 정체기를 기술 고도화와 공급망 재편의 기회로 삼아 다음 호황 구간에 접어들었을 때 주도권을 쥐겠다는 판단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 현지 맞춤형 사업 모델 강화 등 다각도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구 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의 합작법인인 ‘HLI그린파워’ 공장을 방문해 전극·조립·활성화 공정 등 배터리셀 생산설비를 둘러봤다. 이 공장은 연간 10기가와트시(GWh) 생산 능력을 보유한 동남아시아 최대 배터리셀 제조 시설이다. 이는 전기차 약 15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해 4월부터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했는데, 4개월 만에 수율이 96%를 넘는 등 협력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LG만의 차별화된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현지 생산된 배터리셀에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이 되길 기원합니다’라는 문구도 남겼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LG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배터리 산업을 미래 국가 핵심 산업이자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반드시 성장시킬 것”이라며 배터리 사업 육성 의지를 밝힌 바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9일 “(이번 인도네시아 공장 방문은)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철저하게 포스트 캐즘을 준비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에서도 포스트 캐즘 대응 움직임이 뚜렷하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에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연구·개발(R&D) 비용은 총 7421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분기 3사 합산 R&D 비용 6611억원 대비 12.3% 증가한 규모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비자동차 분야 생산기지 확충에도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과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