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ending)이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를 가진 토니상 6관왕에 오르며 K뮤지컬의 새역사를 썼다. 브로드웨이 연극·뮤지컬 작품에 시상하는 토니상은 아카데미(영화), 그래미(음악), 에미(방송)와 함께 미국 대중문화 부문 4대상으로 꼽힌다. 작가 겸 작사가 박천휴(42)는 작곡가 윌 애런슨(44)과 함께 공동으로 각본상과 음악상을 받으며 한국인 최초로 토니상 수상자가 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음악상(작곡 및 작사),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6개 부문을 싹쓸이했다. 박천휴 작가는 “브로드웨이 커뮤니티가 우리를 받아들여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면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의 인디팝과 미국 재즈, 현대 클래식 음악, 전통적인 브로드웨이를 융합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감성이 어우러진 용광로와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윌-휴 콤비로 불리는 한국 극작가 박천휴와 미국 작곡가 윌 애런슨이 공동 창작한 작품이다. 근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두 ‘헬퍼’ 로봇이 사랑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윌-휴 콤비는 이 작품의 개발 단계부터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을 함께 준비했다. 한국어 버전이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듬해 낭독 공연과 트라이아웃(시범공연)을 거치며 2016년 서울에서 초연이 먼저 이뤄졌다.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6관왕을 차지한 이후 지난해까지 5번째 시즌의 공연이 진행됐다.
영어 버전은 2016년 뉴욕에서 낭독 공연을 본 현지 유명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드가 개발 및 제작에 나섰다. 2020년 트라이아웃을 올렸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본공연 제작이 밀리다가 지난해 11월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했다. 현재 종영일을 정하지 않은 오픈런 공연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문화예술인들이 흘린 땀과 열정, 창의적인 도전의 결실”이라고 격려한 뒤 “정부는 우리 예술가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고 세계 속에서 빛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뮤지컬협회(이사장 이종규)는 성명을 내고 “이 작품은 초기 창작부터 디벨롭, 상업화, 해외 진출까지 한국 창작 뮤지컬 생태계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구현한 금자탑”이라고 평가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최승욱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