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쇄신안 두고 계파간 격론… 김용태 “의원들 쇄신 의지 있나”

입력 2025-06-09 18:49 수정 2025-06-09 23:55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쇄신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지만 계파 간 이견만 노출한 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병주 기자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이후 당 쇄신 방안 등을 두고 9일 의원총회를 열어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계파 갈등만 드러낸 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발표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진상규명 등 개혁안에 반발하며 김 비대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비주류와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김 비대위원장의 개혁안 제시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다음 지도부 구성 때까지 김 비대위원장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맞섰다. 김 비대위원장은 “의원들이 쇄신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제안한 9월 초 전당대회 개최 여부 등을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5시간가량 이어진 이날 국민의힘 의총은 발언자만 27명에 달할 정도로 과열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첫 발언자로 나선 최보윤 의원은 “비대위원장이 당내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개혁안을 발표한 건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강승규 의원도 “저 역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비대위원장 말 한마디로 서른 번의 ‘무고 탄핵’ 등 계엄 유발 원인은 없던 일이 되느냐”고 쏘아붙였다. 김 비대위원장이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추진한 데 대한 반발이다.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제 와서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로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후보 교체 파동에 대한 김 비대위원장의 당무감사 예고에 대해서도 일부 의원들은 “김 비대위원장 빼고 모든 비대위원이 사퇴했기 때문에 당무감사에 대한 비대위 의결이 불가능하다”며 맞섰다. 김 비대위원장 면전에서 사퇴를 촉구한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반면 친한계나 비주류에서는 김 비대위원장 옹호 목소리가 여럿 나왔다.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대해 “그나마 국민의힘이 ‘내란당’이라는 오명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며 “김 비대위원장이 새 지도부를 구성할 때까지 임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주류인 신성범 의원도 “계엄과 탄핵에 대해 오해를 풀고 가야 한다. 김 비대위원장을 너무 몰아세우지 말자”고 말했다.

논란이 가열되자 김 위원장은 의총 도중 발언을 자청해 “개혁안은 제 충정”이라고 강조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관련해서는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9월 초보다 빠른 8월에 개최하자는 주장이 많이 나왔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친윤계와 친한계는 “의총 상황을 자신들에 유리한 것만 브리핑한다”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개혁안과 자신의 거취까지 포함해 전 당원 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한 의원은 “자신의 개혁안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비대위원장직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는 뜻으로 비쳤다”고 전했다.

의총에 앞서 국민의힘 3선 의원과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각각 별도 모임을 갖고 당 쇄신 방안을 논의했지만 역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이종선 이강민 성윤수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