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자 침공서 해방”… 군 투입 불구 LA시위 격화

입력 2025-06-09 19:03 수정 2025-06-09 23:55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8일(현지시간) 자율주행 ‘웨이모’ 택시를 부수고 불을 지른 시위대가 멕시코 국기를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 단속 반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배치를 명령한 주방위군이 8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에 속속 집결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흘째 이어진 시위는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AP통신은 “이날 새벽 약 300명의 주방위군이 LA에 도착했고, 몇 시간 만에 시위대와 대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배치를 명령한 주방위군 2000명 중 300명이 먼저 LA에 도착한 것이다.

국토안보부와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은 이날도 불법 이민자들이 구금된 LA 시내 메트로폴리탄 구치소 앞에서 수백명의 시위대와 대치했다.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섬광탄이 발사됐고,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이 시위진압용 비살상탄에 맞아 쓰러지는 일도 발생했다. 시위대 일부는 차량을 부수고 불을 질렀고, 한때 주요 도로인 101번 고속도로를 점거해 극심한 교통 혼잡이 벌어졌다. CNN에 따르면 LA경찰은 이날 다운타운 지역 전체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선포하고 시위대를 향해 “당장 다운타운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6일 LA 인근 파라마운트에서 연방 요원들이 불법 이민자 단속을 위해 급습을 시도하고 시위대가 이에 저항하면서 빚어졌다.

트럼프는 강경한 법 집행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8일 트루스소셜에서 “폭력적이고 반란을 일으키는 무리가 우리의 추방 작전을 막으려고 연방 요원들에게 몰려가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안보부와 국방부, 법무부 장관에게 “LA를 이민자 침공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이민자 시위를 끝내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의 주방위군 배치 지시에 대해 “완전한 과잉반응”이라고 비판했다. 시위대에게 “평화롭게 목소리를 내 달라”고 촉구한 뉴섬 주지사는 주방위군 배치를 ‘보여주기식 조치’로 규정했다. CNN은 미국 대통령이 주지사의 요청 없이 주방위군을 동원한 것은 1965년 린드 존슨 대통령이 민권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앨라배마에 군대를 보낸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 22명도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조치는 놀라운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민 이슈를 놓고 ‘정적’ 뉴섬과 맞붙게 된 상황을 두고 ‘트럼프가 기다리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이민 단속에서 다수의 멕시코인이 체포된 가운데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에도 긴장이 생기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그들(LA의 멕시코인)은 생계로 인해 이주하고 거기서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범죄자가 아니다”면서 “이민 문제는 단속이나 폭력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