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자동차를 100% 온라인으로 판매한다고 했을 때 여론은 차가웠다. 대표적 고관여 제품(구입할 때 시간·노력·돈을 많이 들이는 제품)인 차를 누가 실물도 보지 않고 사겠느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 비율은 갈수록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도 시장별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중이다. 다만 한국 시장에선 노조 반대에 가로막혀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9일 시장조사기관 코히런트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온라인 판매 시장은 지난해 약 3280억 달러에서 2031년 7518억3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서도 신차를 팔고 있다. 구매자가 아마존 오토스(Autos)에서 차량을 선택하고 금융 서비스를 받아 결제한 뒤 원하는 지역의 매장에서 차량을 인도받으면 된다. 현대차는 영국·인도·유럽 등에서도 ‘클릭투바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으로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혼다와 소니의 합작사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올해 출시한 첫 전기차 아필라를 미국에서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이 인수한 전기차 브랜드 스카우트도 지난해 말 신차 출시 계획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온라인 전용 판매 방침을 밝혔다.
온라인 판매는 중간 딜러를 거치지 않는다. 유통과정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자는 차를 더 싸게 살 수 있고, 제조사는 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온라인으로 차를 팔 경우 유통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차량 가격을 약 4%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가 온라인으로 차를 팔면서 소비자들이 이 방식에 익숙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 시장은 한국에서도 확장하는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및 자동차용품 온라인 거래액은 5조1478억원으로 1년 전(4조4746억원)보다 15.0% 증가했다. 2021년에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도입한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온라인 판매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BMW코리아는 한정판을 중심으로 매달 온라인 판매 모델을 내놓고 있다. KG모빌리티도 지난해 8월 출시한 중형 SUV 액티언을 네이버 쇼핑라이브를 통해 판매했다.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한국 시장에서 전 차종을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2일까지 G마켓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구매하면 20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9일 밝혔다. 2022년부터 경형 SUV 캐스퍼에만 적용하던 걸 투싼·코나·베뉴까지 확대했다. 다만 이는 한시적인 이벤트성 프로젝트다. 현대차·기아는 한국에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차 직영점 영업직으로 구성된 판매노조가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대리점을 거치지 않는 방식이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시장질서를 깨뜨린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기아의 차량 중 온라인 판매를 하는 건 캐스퍼가 유일하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