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뛰어넘어… 온라인 플랫폼과 손잡는 은행들

입력 2025-06-10 00:15

금융권이 비금융기업과 협업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양한 기업과 함께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과 협업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신세계그룹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에서 개인 고객과 입점 사업자를 위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이른바 ‘쓱KB은행’으로, 은행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 SSG닷컴 내에서 파킹통장, 적금계좌 등을 개설할 수 있게 한다. 연내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구체적인 형태를 논의 중이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돼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국민은행은 SSG닷컴 이용자들을 위한 특화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파킹통장의 경우 SSG닷컴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결제금액의 일부를 적립해준다. 적금계좌는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자금을 마련한다는 콘셉트의 상품을 구상 중이다. 입점 사업자들을 위해서도 파킹통장·적금을 비롯해 판매대금 선정산 대출 상품, 신용대출 상품 등을 마련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 3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을 통해 ‘당근머니 하나통장’을 판매했다. 당근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당근페이의 선불 충전금을 보관하고, 사용 실적에 따라 최대한도 300만원까지 연 3.0%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이 또한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돼 당근 애플리케이션에서 직접 계좌 개설이 가능했다.

은행이 협업 상품을 만드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영업 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그동안은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편의점, 마트 등 오프라인 판매점에서 은행 업무를 제공했지만 최근에는 영업 확장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은행이 각각 이마트24, GS25, CU 등과 제휴를 맺은 ‘금융 특화 편의점’은 소수의 점포만 운영하며 수를 늘리지 않고 있다. 은행 창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년층 등 금융 취약 계층이 편의점에서 계좌 개설, 카드 발급 등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수익을 얻기 힘든 구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협업은 일종의 ‘아웃바운드’ 영업”이라며 “금융 상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은 한도와 금리 정도인데 이것만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이 적게 들지만 체감 효과가 큰 혜택으로 홍보해 소비자를 유인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