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유럽 국가들의 대규모 국방비 증액이 예상되면서 국내 방산업계도 현지 생산 기지 확보 등 ‘낙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수출 지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 국방비 지출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상향하는 방안이 채택될 전망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가 끝난 뒤 “야심 찬 군사역량 목표에 합의했다”며 “이 목표는 방공, 전투기, 전차, 드론, 병력 등 어떤 역량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규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군사역량 목표는 회원국이 나토 차원의 집단 방위 계획에 기여하기 위해 향후 늘려야 하는 무기 종류와 병력 규모 등을 담은 기밀 목록이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어 “정상회의에서 국방비 목표치를 GDP 5%에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나토는 국방비 지출 목표치를 GDP 2%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회원국의 3분의 2 정도만 이를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유럽 스스로 자주국방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국방비 증액에 대한 공감대가 모인 상태다.
이런 기류 속에서 국내 방산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영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GDP의 5%까지 국방비 증액이 이뤄질 경우 유럽 내 나토 회원국의 군사비 규모가 지난해 4570억 달러(약 619조원)에서 8000억 달러(1083조원)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20~2024년 세계 무기 시장에서 한국산 무기의 점유율은 2.2%로 추산된다. 이를 유럽의 국방비 증가 규모에 적용하면 산술적으로 연간 10조원가량의 추가 수주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나토 회원국 중심의 방산 동맹이 걸림돌이다. 나토가 회원국 간 무기 체계의 호환성을 강조해온 탓에 회원국 간 ‘내부 거래’ 선호 관행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이에 대응해 유럽 현지 생산 체계 구축에 애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를 거점으로 삼아 유도탄을 현지 생산하고 유럽 시장에 수출할 계획이다. 풍산도 포탄 수요에 대응해 폴란드 등에서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은 루마니아 국영기업 롬암과 대공 미사일 공동 개발·생산을 진행 중이다.
나토 및 EU 회원국 간의 방산 카르텔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수출 지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앞서 뤼터 사무총장은 지난 4일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파트너 국가(IP4)를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견고한 유럽 시장을 뚫기 위해선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설치 및 정상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