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선거법 재판 임기 이후로 연기

입력 2025-06-09 18:44
국민일보DB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재판 기일을 연기하고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불소추 특권 조항을 감안할 때 이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재판을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대통령의 가장 큰 사법리스크로 꼽혔던 공직선거법 재판이 사실상 임기 이후로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9일 이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추정’(추후 지정)으로 변경했다. 추정은 재판을 진행하기 어려운 사유가 생겼을 때 예정된 기일을 연기하고 추후 다시 지정하기로 하는 절차다. 서울고법은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재판 연기 사유로 헌법 84조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법원은 감정 결과나 다른 재판 결론을 기다릴 필요가 있을 때 기일을 추정으로 한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소추(재판에 넘기는 행위)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그간 법조계에선 규정 범위를 놓고 법적 논란이 있었다. 불소추 특권에 이미 기소된 재판도 포함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해당 조항을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 진행 중인 재판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다만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달 14일 국회 제출 답변서에서 헌법 84조 논란에 대해 “담당 재판부가 판단할 몫”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1심 당선무효형, 2심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지난달 1일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첫 공판기일을 대선 전인 지난달 15일로 잡았지만 이 대통령 측의 연기 신청에 대선 후인 18일로 한 차례 미뤘다. 재판부는 당시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 파기환송 결정을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대법관을 현재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과 야권 성향 시민단체들은 “사법부가 굴복했다”며 이 대통령 재판 연기 결정에 반발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서울고법의 판단은 한마디로 사법 유예”라며 “권력에 순응한 개별 재판부의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사법부가 권력 앞에 자발적으로 굴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양한주 정우진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