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일 만에 재개된 정상외교… 핵심은 통상 해결 물꼬 트기

입력 2025-06-10 02:08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결정하면서 탄핵 정국 이후 209일 만에 정상외교가 재개된다. 전문가들은 반년 넘게 멈춰선 한국 외교의 정상화를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통상전쟁 해결의 물꼬를 트는 걸 최우선순위로 두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다자회의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는 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소추로 반년간 정상외교가 부재했던 만큼 이 대통령의 다자외교전 데뷔는 그 자체로 ‘한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가 된다”며 “특히 한·미·일 정상이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 정상의 국제 다자회의 참석은 지난해 11월 19일 G20 정상회의 이후 209일 만(G7 개막일 기준)이다. 정상외교는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오전 방한 중이던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의 회담이 마지막이었다.


외교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남이 이뤄질 경우 상호관세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이 주제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 대통령이 촉박한 준비 기일에도 불구하고 다자외교 무대에 등장하려는 건 한·미가 통상전쟁 국면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G7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접점을 찾아 신뢰 관계 형성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급한 건 미국이라 우리가 섣불리 먼저 관세를 언급하는 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안면을 트는 데 의의를 두고 미국의 동향을 우선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측 돌발 발언에 대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요구사항을 던지며 압박할 가능성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부 고위직을 지낸 인사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관계를 끌어가지 말고 국제사회의 기류를 봐가며 편승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 외교’를 천명한 만큼 미·중 사이에서의 명확한 포지셔닝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일 협력을 고리로 한 대중국 견제 노선을 중시하고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이 중요한 국가”라며 “한·미동맹이 최우선이지만 다른 나라와도 적절하게 관계를 유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