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의 경제·재정 운영 전략을 설계하고 정부부처와 가교 역할을 맡은 대통령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과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수석급)은 모두 주류 경제학을 기반으로 하는 학자다. 하 수석은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을 거쳤고, 류 보좌관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거시경제와 재정을 연구했다. 국민일보가 9일 두 신임 수석의 저서 및 논문을 분석한 결과 하 수석은 ‘불공정·불평등 해소’에 방점을, 류 보좌관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구조적 문제 해결’을 주문하는 연구 결과를 다수 발표했다.
하 수석은 2023년 5월 발표한 학술논문 ‘연령그룹별 가계부채 리스크의 변화’에서 “부동산에 기반한 노후 대비 관행이 청년층 빚 증가의 중요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고령인구가 늘고 청년인구는 줄어들며 고령층의 부채 부담이 주택가격과 대출 원리금 등으로 청년층에 전가되는 구조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2021년 ‘주택 소유와 부채 보유의 연령 및 세대 효과’ 논문에서도 “베이비붐세대의 자녀인 에코세대(1979~92년생)는 주택을 적게 소유하면서도 부채는 더 많이 보유하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 수석은 기업 세액공제 등 산업 지원 정책에 대해선 ‘전략적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2018년 기고한 ‘연구개발 세액공제 제도의 유인효과 분석’ 논문에서 “이윤이 미미한 영세 중소기업은 세액공제율을 높여도 혜택이 적고 대기업은 매우 큰 감면 혜택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법인세·최저한세율 체계와 세액공제율을 차등화하면 규모에 따른 혜택 불균형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중견기업의 세액공제율을 높이면 제도 전반의 유인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류 보좌관은 이 대통령 공약인 ‘잠재성장률 3% 회복’ 방안으로 확장 재정과 조세 효율화를 강조한다. 그는 지난 4월 29일 국회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재정지출 재정비, 조세재정 개혁 등을 새 정부의 조세 정책 방향으로 제안했다. 2021년 공저자로 참여한 책 ‘정책의 시간’에서는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것보다 국민 경제를 살리고 국민 삶의 안정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보좌관은 복지 재정의 역할에도 무게를 둔다. 그는 같은 책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20%까지 복지지출 확대’와 같은 직관적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18년 발표한 공저 논문에선 “한국의 재정 운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높은 교육재정 지출과 낮은 복지지출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2016년 재정 규모와 경제성장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에선 “정부투자지출이 GDP 대비 6.46%를 넘으면 성장 기여도가 낮아지는 ‘문턱 효과’가 발생한다”며 “재정 규모의 적절한 통제가 경제성장에 더 긍정적”이라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