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명품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2023년 인수한 글로벌 명품 패션 플랫폼 ‘파페치’와 쿠팡의 무기인 ‘로켓직구’ 시스템을 접목하기로 했다. 무료배송·반품 정책을 앞세워 차별화된 명품 구매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명품시장도 쿠팡의 도전장을 받게 됐다.
쿠팡은 ‘알럭스’(R.LUX) 앱을 통해 파페치의 럭셔리 패션 상품(의류·신발·가방 등)을 선보인다고 9일 밝혔다. 그동안 럭셔리 화장품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온 알럭스 앱에 ‘패션’ 카테고리가 추가된다. 톰포드, 발렌시아가, 베르사체, 몽클레르, 페라가모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 패션 상품까지 라인업을 확장했다.
소비자는 ‘로켓직구’ 형태로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 주문 후 4~7일 내 국내 배송이 이뤄진다. 관세와 부가세가 포함된 최종 결제 가격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소비자 혼란을 줄였다. 1400만명에 이르는 와우 멤버십 회원은 배송일로부터 30일 이내 무료반품 혜택까지 받는다. 일반 회원은 5000원의 반품비가 발생한다. 편리한 주문과 쉬운 반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전략이다.
쿠팡은 2023년 말 경영난에 빠졌던 파페치를 약 5억 달러(약 65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후 파페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효율화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조정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페치의 다음 확장 단계를 위한 포지셔닝을 진행 중”이라며 글로벌 사업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알럭스 연동은 김 의장이 언급한 ‘다음 단계’의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 효율화 이후 파페치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라며 “쿠팡이 보유한 물류·배송 역량과 파페치의 글로벌 브랜드 네트워크가 결합하면서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쿠팡은 주력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 분야의 안정된 수익을 바탕으로 명품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번 서비스 확장은 평균 구매단가(ARPU) 상승에 기여하고, 수익성 개선 속도를 높일 포석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700여개 부티크·브랜드와 직접 계약해 검증된 정품만 판매하는 파페치를 통해 가품 논란이 빈번한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직구 서비스에서 자주 지적되는 고객서비스 불편 문제는 알럭스 앱 고객센터에 마련한 실시간 1대1 채팅 등으로 개선했다. 쿠팡 관계자는 “와우회원은 기존 국내 명품 이커머스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차별화된 구매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