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직무수행 평가가 예외 없이 뒤로 갈수록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각 대통령의 임기 1년차 첫 분기 직무수행 긍정평가율과 임기 마지막 해 또는 임기 종료 전 마지막 긍정평가율 조사 결과는 드라마틱한 우하향 그래프다. 노태우(29%→12%) 김영삼(71%→6%) 김대중(71%→24%) 노무현(60%→27%) 이명박(52%→24%) 박근혜(42%→12%) 문재인(81%→42%) 윤석열(50%→33%) 등으로 40년 현대사에서 단 한 명도 예외가 없었다.
이런 추이는 임기 초엔 국민이 새 정부를 응원하려는 마음이 있어 직무수행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후반기엔 그간 봐왔던 국정이 실망스럽거나 쉬쉬해오던 대통령 주변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알려지고 사정당국이나 여권 내 2인자와 야당의 공격도 거세지면서 평가가 낮아진 탓일 것이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이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전망에 대해 응답자의 58.2%가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새 대통령의 국정수행 결과에 대한 평가가 아닌 전망치인데도 다소 낮은 수치다. 이는 이 대통령을 찍지 않은 유권자들이 아직 새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기 주저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전망치는 저조하지만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경기지사 때 늘 ‘결과’로 승부를 걸어 왔기에 앞으로 하기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경기도는 2021년 이 지사 공약 이행률이 96.1%로 전국 1위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또 2018년 7월 취임 직후 전국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 17위로 꼴찌였으나 이후 14위→6위→2위로 올라가더니 임기 2년 만에 1위를 차지했다(리얼미터 조사). 이런 자신감으로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을 자주 내걸었다. 이 대통령이 향후 대통령직에서도 그런 성과를 이뤄내 40년 비운의 국정 그래프를 깨고 우상향으로 마감하는 첫 대통령이 되면 좋을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