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변호사’ 헌법재판관 지명은 국정에 큰 부담될 것

입력 2025-06-10 01:30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에서 변호를 맡은 이승엽 변호사를 검토 중이다. 이해 충돌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어떤 게 이해 충돌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변호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건 정치적 부담은 물론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스스로 떠안는 일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이 변호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이 변호사는 이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 변호를 맡아와 이른바 ‘이재명 변호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 교사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을 변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사건 재판 때도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지명 가능성을 둘러싸고 이해 충돌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이 대통령 형사재판에서의 ‘헌법 84조’ 해석 문제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통령 재판 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가 임명되면 의뢰인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을 헌법재판관으로 심리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이 9일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며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심 기일을 변경하고 추후지정했다고 밝히면서 이 대통령 재임 기간 중 해당 재판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통령의 다른 형사사건 재판부 역시 비슷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이해 충돌 가능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대통령 재판 중지법이나 이 대통령의 허위 사실 공표죄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야당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이 변호사가 해당 사건을 심리하게 된다.

이해 충돌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이 자신의 변호인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검토하는 것 자체가 문제란 지적도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처분 취소소송 변호인이던 이완규 변호사를 법제처장에 앉히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그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던 것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승엽 변호사를 후보자로 지명하면 헌재의 신뢰성 논란이 이어지고 전 정부의 행태와 다를 게 없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