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영남 지역을 덮친 산불로 예배당과 사택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은 박경원 석동교회 목사는 아직도 임시 거주시설인 경북 영덕 국립청소년해양센터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임시조립주택이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시주택이 들어갈 장소가 높은 산지인 데다 교통이 불편해 공사가 늦어졌다. 불에 탄 교회도 측량 후 새로 지어야 하는데 지역의 피해가 광범위해 순서가 미뤄졌다. 현재 석동교회는 교인의 집에서 주일예배를 이어가고 있다.
박 목사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산불 후 많은 분의 도움으로 긴급 구호는 해결이 됐는데 피해 복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경제적인 부분이나 트라우마 극복뿐 아니라 성도들이 흔들리지 않고 영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기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역대급 산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남 지역에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중장기적 구호활동에 나섰다. 연합기관은 물론 교단과 개별 교회들은 피해 주민과 교회들이 일상생활로 돌아갈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연합기관·교단 라운드테이블 구성
한국교회봉사단(대표단장 김태영 목사)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종생 목사) 등 연합단체와 10개 주요 교단은 ‘영남지역 산불 피해 복구 한국교회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하고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 차례 회의를 열고 7개 지역 기독교연합회의 피해 현황을 나눴으며 강원도 속초·고성과 경북 울진 등 산불 발생 후 복구가 이뤄진 지역의 사례를 함께 듣고 회복 방안을 모색했다.
김철훈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은 “예년과 다르게 이번 산불은 여러 지역에 걸쳐 일어났기 때문에 빠른 정보 공유와 효율적인 자원 분배를 위해 연합 사역이 꼭 필요했다”면서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한국교회가 재난 극복을 위해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댄 게 처음이다. 오는 20일 영덕을 시작으로 지역 기도회를 개최하고 다음달 목회자 트라우마 회복 세미나를 두 차례 여는 등 후속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회복 방안까지 통합적 모색
산불 구호 헌금을 모은 교단들은 더 큰 피해를 입은 교단에 헌금을 전달하며 형제애도 나눴다.
영남 지역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김영걸 목사)과 합동(총회장 김종혁 목사) 총회 산하 교회들의 피해가 컸다. 이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정석 목사)와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안성우 목사)는 두 교단에 각각 5000만원씩을 후원했다.
현재까지 예장통합은 산불 구호 헌금을 42억여원, 예장합동은 10억여원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장통합은 이 헌금을 단순히 원상 복구에만 사용하지 않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지역사회가 겪는 구조적 문제 해결까지 고려해 돕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 4년간 후원 약정도
개별 교회들의 후원도 계속된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산불 직후 10억원을 구호 헌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힌 데 이어 산불 피해 교회 34곳에 월 20만원씩 4년간 목회 지원금을 지급한다. 상황에 따라 수혜 교회가 늘어날 수도 있다.
경기도 성남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와 분당우리교회에서 분립 개척된 13개 교회, 대구동신교회(문대원 목사), 대구범어교회(이지훈 목사) 등은 총 7억8000만원 후원금을 16개 피해 교회에 지원했다. 서울 성락성결교회(지형은 목사)도 오는 17일 임시거주 주민 241가정을 위한 물품을 전달하는 등 피해 지역을 향한 관심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임정순 안동시기독교연합회 회장은 "산불 발생 이후 교단들은 각 노회를 통해, NGO들은 지역 연합회를 통해 긴급 구호와 헌금 전달 등이 진행됐다"며 "피해 주민과 교회들이 다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지역주민들에게 교회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