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약 30분 떨어진 탕에랑에는 일명 ‘쓰레기 마을’이라고 불리는 세완마을이 있다. 이 지역에 사는 빈민들은 쓰레기가 귀한 자원이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옷가지를 주워 입고 그나마 쓸 만한 물건을 골라 고물상에 내다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에는 아침부터 이곳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 긴 줄을 선다. 임진철(53·기아대책 파송) 하수민(45) 선교사 부부가 도시락을 싸 들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최근 세완마을에서 만난 임 선교사는 현지인 도움을 받아 질서 있게 서 있는 주민들에게 도시락과 물을 전달했다. 메뉴는 밥과 닭고기 그리고 오이샐러드다. 주민들은 이 도시락으로 하루를 버틴다.
임 선교사는 “가족 수만큼 도시락을 나눠 주는데 가끔 거짓말로 도시락을 많이 받아 가려는 이들이 있다”며 “상황을 잘 아는 현지인이 정확한 수대로 도시락을 나눠준다”고 웃었다.
파리가 날리고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 마을에서 주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임 선교사에게 배운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선교사 주변을 맴돌다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이날 준비된 도시락 600여개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인근 한인교회 성도들이 아침 일찍부터 만든 도시락이다. 하 선교사는 “자카르타 한마음교회와 소망교회 땅그랑교민교회 등 성도들이 순번을 정해 봉사하러 오신다”며 “하루에 요리해야 하는 닭이 80마리가 넘는다. 일일이 손질하고 양념을 재워둔 닭을 조리해서 정성스럽게 담아왔다”고 설명했다.
임 선교사 부부는 2년 전 인도네시아에 왔다. 인도에서 17년 동안 선교하다가 추방된 후 새롭게 정착한 선교지다. 은퇴를 앞둔 성경득 선교사가 2014년부터 해오던 사역을 이어받아 함께하고 있다.
오직 인도 복음화만 생각했던 부부에게 인도네시아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하 선교사는 “인도에서는 다른 선교사님들을 도울 정도로 시니어 선교사였는데 여기 오니까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인도가 그리워서 많이 울기도 했다”며 “하지만 쓰레기 마을 아이들을 만난 후에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곳에 보내신 이유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임 선교사 부부는 매주 화요일 세완마을 가정을 방문해 생필품을 나눠주고 기도를 해준다. 무슬림 국가이지만 아픈 자녀를 보여주며 기도를 요청하는 부모도 있는 등 점차 친밀해짐을 느끼고 있다.
임 선교사는 훗날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는 게 목표다. 하 선교사는 부부의 모습을 보고 현지인들이 예수님을 느끼길 기대하고 있다. 하 선교사의 말이다.
“인도에서 가르쳤던 아이들이 자라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도를 요청하러 올 때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몰라요. 인도네시아에서도 아이들이 우리가 믿는 예수님을 궁금해할 정도로 신실한 모습을 보이기 원합니다.”
탕에랑(인도네시아)=글·사진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