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들과 손잡는 내각 구성
위기 속에서 빛난 링컨 리더십
견제·균형이 만드는 민주주의
갈등 넘어 진정한 정치적 포용
이재명정부 초반 인사 이어져
지금 절실한 건 진영 아우르는
링컨식 통합·탕평 파격 인사
위기 속에서 빛난 링컨 리더십
견제·균형이 만드는 민주주의
갈등 넘어 진정한 정치적 포용
이재명정부 초반 인사 이어져
지금 절실한 건 진영 아우르는
링컨식 통합·탕평 파격 인사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1861년)에 당선된 후 단행한 인사는 파격 그 자체였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윌리엄 H 수어드를 국무장관으로, 자신을 모욕했던 민주당 출신 에드윈 M 스탠턴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이다. 수어드는 링컨을 ‘애송이 촌놈’이라고, 스탠턴은 링컨이 ‘하류층의 나약한 정치인’이라고 비판한 인물이다. 특히 스탠턴은 링컨의 수염을 빗대 ‘원숭이 대통령’을 세울 바에야 아프리카에 가서 원숭이 한 마리를 사 오는 게 낫겠다고 독설까지 했던 정적이었다. 남북전쟁 당시 미국은 말 그대로 산산이 쪼개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링컨은 대통령에 취임했다.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그가 전면에 내세운 건 바로 통합과 탕평이었다. 특정 진영을 넘어 다양한 배경과 의견을 가진 인재들을 한데 모아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그의 리더십은 혼란 속에서 빛을 발했다. 자신과 경쟁했던 인물들도 과감히 등용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는 데 서슴지 않았다. 각기 다른 정치적 배경과 개인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링컨은 그들의 능력과 애국심을 높이 평가했다.
물론, 링컨의 내각은 종종 갈등과 불화로 얼룩지기도 했다. 하지만 링컨은 이러한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율하며 자신의 비전 아래 결속시켰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정치적 편향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적합한 인재를 찾아 등용했다. “똑똑한 사람이 있고, 경쟁자와 같이 일을 해야 거기에 자극을 받고 내가 더 대통령으로 열심히 일할 것이 아니겠나. 가혹한 정의보다는 자비가 더 큰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믿네.” 링컨은 재임 중 이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결국, 링컨의 이런 리더십은 남북전쟁 승리의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미국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은 링컨의 성공이 ‘건강한 라이벌들의 팀(team of rivals)’ 덕분이라고 했다. 링컨은 자신의 생각에 이의를 달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선택했고, 그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검토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 굿윈은 링컨의 힘을 보수주의자로부터 극단적 급진주의자까지 모두 아우르는 포용력에서 찾았다. “링컨이 적수들을 한데 모으고, 역사상 가장 ‘기이한’ 내각을 구성하고, 연방의 보전과 전쟁의 승리를 위해 그들의 재능을 결집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능력들 덕분이었다”라고 분석했다. 링컨이 러시모어의 ‘큰바위얼굴’에 새겨질 정도로 지금도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아 있는 이유일 것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로 유명한 캐스 R 선스타인 교수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시스템, 다양성, 견제와 균형이 극단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극단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이들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에 의해 제지를 받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와 기업 모두 내부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질 때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일주일이 됐다. 후보 시절 통합을 내세웠던 그는 취임사에서도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통합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을 거치며 더욱 갈등의 골이 깊어진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이어진 오찬에서는 전쟁 같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면서 여야 대표들에게 자주 연락하겠다고 했다. 최대 관심사인 인사도 이어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실용적인 면이 눈에 띈다. 하지만 특정 대학 세력 중용이 많아 앞으로 인사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특히 모두를 아우르겠다는 파격적인 탕평 인사에도 신경을 썼으면 한다. 정권 출범 초기 친정 체제를 강화해 조기에 국정 장악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통합이 가능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건강한 라이벌들’로 내부의 견제와 균형도 이루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그 어느 정부보다 막강한 권력을 안고 출범했다. 그만큼 절대 권력자로 군림할 수 있는 유혹에도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최대한 절제해 대한민국을 통합할 수 있는 강력한 힘도 상존한다. 선택은 결국 이 대통령의 몫이다. 164년 전 링컨의 ‘기이한’ 인사를 기대하는 건 아직 무리일까.
김준동 논설위원